킬러문항 배제 반영 안 된 7월 학평에 불안한 수험생들

‘학평 주관’ 인천교육청, 1~2월 출제 마쳐
서울교육청 주관 10월 학평은 ‘지시 반영’
입시전문가 “7월 학평서 킬러문항 명확히”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를 주문한 이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11일 열렸다. 이번 학평의 경우 윤 대통령 지시 이전에 출제를 마쳤기 때문에 수능과의 연계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사실상 수능 가늠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인천시교육청 주관으로 고3 대상 7월 학평이 전국 학교에서 실시됐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학평은 지난 1~2월쯤 출제가 끝났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달 발표된 ‘킬러문항 배제’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다만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현직 교사들이 출제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지시가 충분히 반영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직 교사가 교육과정 내에서 철저히 분석해 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간 교육청 주관 학평에서도 킬러문항이 존재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인천시교육청의 설명에도 킬러문항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능 수험생들은 사설 모의평가를 제외하고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하는 6·9월 모의평가(모평)와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3·5·7·10월 학평을 치른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주관하는 6·9월 모평이 직접적인 수능의 ‘가늠자’라고 평가받지만, 시도교육청 주관의 3·5·7·10월 학평 역시 출제 경향과 해당 연도의 시험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로 꼽힌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모평 이후 킬러문항 배제를 지시하면서 지난 6월 모평이 사실상 수능 가늠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9월 모평과 7·10월 학평이 수험생들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 주관 7월 학평이 지난 1~2월 출제가 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남은 자리는 9월 모평과 10월 학평 밖에 없게 됐다.

서울시교육청 주관 10월 학평은 이번 교육당국의 지침을 철저히 반영해 출제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10월 학평의 경우 8월 말까지 출제가 완료될 예정”이라며 “교육청 차원에서 출제 교사들에게 명확한 지침을 내리고 지침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사실상 9월 모평과 10월 학평 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3 이모(18)양은 “6월 모평도 없어지고 9월 모평만 남아있는데 학평도 반영이 안됐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평가원에서 8월이라도 모평을 한 번 더 출제해서 어떻게 출제되는지 방향성이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입시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에서 이번 7월 학평에서 출제된 문항 중 오답률이 높은 문항에 대해 교육당국이 정의한 ‘킬러문항’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6월 모평도 7월 학평도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며 “교육당국이 7월 학평에서 오답률이 높았던 문제에 대해 킬러문항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명확한 공부의 방향성을 설명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