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더 이상 '도련님 팀'이 아니다...계속해서 나오는 '신고선수 신화'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LG는 KBO 역사상 가장 긴 암흑기를 겪은 팀이다. 당시 LG 야구를 '도련님 야구'라 부르며 많은 야구팬들이 비아냥거렸다.
'도련님 야구'는 절실함이 없어 보인다는 뜻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선수들의 모래알 조직력을 비꼬아 쓰는 표현이었다. 고액연봉자들이 많아 코칭스태프가 선수들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그들을 '왕자님'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LG 야구에서 도련님 야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현재 LG 라인업을 살펴보면 신고선수 출신이거나 하위라운드에 지명받고 뒤늦게 꽃을 피운 선수들이 많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김현수다. 김현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신고선수 신화'의 주인공이다. 신일고를 졸업한 김현수는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두산 베어스를 통해 프로 데뷔했다. 그는 쉴 새 없이 꾸준히 연습하는 노력파로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선수다. 2018년 FA(자유계약선수)로 LG에 입단한 뒤 LG 야구단 문화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팀에 모범이 되는 선수다.
그리고 박해민도 신고선수 출신이다. 한양대를 졸업한 뒤 프로에 지명받지 못한 박해민은 2012년 테스트를 받고 신고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엄청난 노력 끝에 3년 만에 주전 자리를 꿰찼고, 공.수.주를 다 갖춘 국가대표 중견수로 성장했다. 2021년 LG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드넓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LG는 박해민의 가세로 리그 최강 외야진을 구축하게 됐다.
2021시즌 히트상품 문보경도 빼놓을 수 없다. 신일고를 졸업한 뒤 2019년 LG 신고선수로 입단한 문보경은 3년 차인 2021시즌 5월에서야 정식선수가 됐다. 공을 맞히는 재능이 뛰어났던 문보경은 빠르게 1군에 적응했고 'LG 히트상품'이라 불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경기를 치를수록 수비 능력이 좋아졌고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김현수, 박해민에 이어 신일고 출신 '신고선수 신화'의 주인공이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3할대 타율에 도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신민재가 있다. 인천고 출신 신민재는 작은 체구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2015년 두산 베어스 신고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한 뒤 2019년 4년 만에 1군에 데뷔했다. 대주자 요원으로 가끔 경기에 출전하던 신민재는 올 시즌 염경엽 감독을 만난 뒤 야구에 눈을 떴다. 65경기 타율 0.333(93타수 31안타) 7타점 24득점 21도루 출루율 0.392 wRC+ 131.9로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선수들이라 매 경기, 매 타석 절실하게 야구한다. 포기하기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팀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LG는 이들의 활약을 앞세워 올 시즌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LG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역전승 기록한 팀이다. 올해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4번의 역전승을 따냈다. 5회까지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은 것도 11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지고 있더라도 질 거 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더그아웃에서 느껴진다. 탄탄한 불펜이 추가 실점을 막으면 경기 후반 타자들은 집중력을 발휘해 찬스를 놓치지 않고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한다.
예전 '도련님 야구'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선수들의 눈빛에서는 승리를 넘어 우승을 갈구하는 절실함이 보인다. 이런 모습이 LG가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신고선수로 시작했지만, 현재 LG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 김현수, 박해민, 문보경, 신민재.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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