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배터리→원전’ 재계, 폴란드 ‘경제 외교’ 시동

권유정 기자 2023. 7. 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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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제사절단 폴란드 동행
오는 13~15일 바르샤바 방문 예정
방산·배터리·원전 등 협력 기대

재계가 한국과 폴란드 수교 35주년을 맞아 폴란드를 찾는 대통령을 동행해 경제 외교에 힘을 쏟는다. 국내 기업들은 동·서유럽에 맞닿아 있는 지리적 이점과 저렴한 인건비 등을 이유로 폴란드에 진출했다. 향후 방산,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를 중심으로 원전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의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89개 기업·기관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13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을 동행한다. 대기업 중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 24개사 대표가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폴란드 공식 방문을 위해 전날 출국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국제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영접객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4박 6일간의 일정으로 리투아니아·폴란드를 순방한다. /연합뉴스

지난 1989년 한국과 수교를 맺은 폴란드는 국내 기업들의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1993년 최초로 폴란드에 진출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들어 LG전자, 삼성전자 등 가전업체가 줄지어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지금은 가전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배터리, 인프라 등 분야에서 300여 개가 넘는 국내 기업이 폴란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배터리, 방산, 인프라, 에너지 등 폴란드 맞춤형 산업 협력에 초점을 두고 구성됐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참가 기업들은 전경련과 폴란드 투자 무역공사가 주관하는 비즈니스포럼과 업무협약(MOU) 체결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주관하는 무역상담회 등에 참석해 양국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재계 안팎에선 특히 방산 분야에서 유의미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와 2차 계약을 협상 중인 가운데 순방을 통해 방산 수출 금융지원, 규제 해제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첨단 무기 확보에 나서면서 글로벌 방위산업 ‘큰손’으로 떠오른 폴란드는 지난해 국내 방산 수출액의 72%를 차지했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관으로 실시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K2 전차가 실기동하며 포를 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폴란드와 K2전차, K9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국산 무기 약 20조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 방산 수출 확대로 한화시스템·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강구영 KAI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등이 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폴란드에 유럽연합(EU) 생산거점을 마련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8년부터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021년 하반기 실롱스크 배터리 분리막 공장 양산을 시작했다.

LS그룹은 2017년 지에르조니우프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LSEVP(LS EV Poland)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취임 후 첫 해외 현장 방문으로 폴란드, 독일, 세르비아 등을 방문했다.

원전 등 에너지 분야의 협력과 수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폴란드가 원전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새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오는 2033년 원전 1기를 시작으로 2043년까지 원전 6기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폴란드 전력 발전 중 석탄 비중은 74%로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석탄 화력 발전소를 철거하고 원전을 설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더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산업부-폴란드 국유재산부간 양해각서 및 기업간 협력의향서 체결식에서 황주호 한수원 사장, 피오트르 보즈니 ZE PAK 사장, 지그문트 솔로쉬(Zygmunt Solorz) ZE PAK 회장,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 협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전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예정된 폴란드의 2단계 원전 사업 수주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정부 주도로 추진된 1단계 사업자 선정에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폴란드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체코,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신규 원전 건설 수요가 높은 동유럽 추가 진출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폴란드는 독일, 체코 등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유럽과 CIS, 중국을 잇는 산업재 생산과 물류의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고 있다”라며 “특히 무기 등 방산 수출과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인 만큼, 향후 원전 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규모 방산 수주 등을 계기로 폴란드는 우리나라의 다섯 번째 규모 무역 흑자국이 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폴란드는 올해 미국(108억5000만달러), 베트남(76억달러), 홍콩(53억4000만달러), 인도(36억7000만달러)에 이어 우리나라 5대 무역 흑자국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폴란드는 한국과 대규모 무기 도입 계약을 한 뒤 지금까지 전차 대금으로만 4억5600만달러(한화 약 6000억원)를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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