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전후 수출 비중 따져보니… 車·이차전지·바이오 ‘효자’, 디스플레이·섬유 ‘주춤’
수출 비중은 17.5%→14.1%
존재감 커진 車 8%→11.6%
이차전지·바이오헬스 약진
디스플레이·섬유 등은 후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주력 수출 품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팬데믹 전까지 한국 수출의 약 18%를 담당하던 반도체 비중이 올해 상반기 14%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에 자동차 수출 비중이 4위에서 2위로 두 계단 뛰어오르며 맏형 반도체의 부진을 만회했다.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 이차전지도 수출 기여도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SSD(반도체를 이용한 정보 저장 장치) 등의 유망 품목 수출 성적표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크게 개선됐다. 성장 잠재력을 지닌 바이오헬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약세였으나, 팬데믹 이전보다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통의 효자 품목인 선박은 전체 수출에서 담당하는 비중이 작아졌다. 디스플레이와 섬유의 수출 기여도도 위축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수출 유망 품목 육성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 여전한 반도체 존재감, 영향력 키운 자동차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3073억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상반기 수출액 1위에 오른 작년(3505억달러)보다는 12.3% 감소했으나, 어려운 수출 여건 속에서 역대 상반기 2위 자리에 올랐다. 하루평균 수출액도 22억8000만달러로 지난해에 이어 역대 상반기 2위 성과를 거뒀다. 정부가 하반기 수출 회복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상반기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고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전체 수출액의 14.1%(432억1000만달러)를 책임지며 맏형 자리를 유지했다. 다만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상반기 반도체 수출 비중이 17.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장주의 힘은 약해졌다.
수출 분야에서 반도체가 주춤한 사이 존재감을 키운 품목은 자동차다. 2019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은 216억9300만달러, 수출 비중은 8%였다. 당시 8%는 반도체(17.5%), 일반기계(9.7%), 석유화학(217억달러·8%)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비중이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자동차 수출액은 356억5000만달러, 수출 비중은 11.6%로 성장했다. 수출 비중 두자릿수를 넘은 품목은 반도체 외에 자동차가 유일하다.
자동차 수출이 수년 새 날개를 단 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친환경차 등 한국산 고부가가치 차량이 외국 시장에서 인정받은 덕이다. 여기에 팬데믹 시기에 심화했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완화하면서 대기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도 수출 증가에 도움을 줬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상반기 판매량은 총 400만1680대다.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이 400만대를 돌파한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 이차전지·SSD 등 유망 품목 약진
향후 한국 수출을 주도할 신산업 관련 품목도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약진했다. 정부가 반도체와 더불어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집중 육성 중인 이차전지가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수출 비중은 1.6%(50억4000만달러)다. 아직 비중은 미미하지만, 2019년 상반기 수출 비중 1.3%(36억9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이차전지의 수출 비중 순위도 14위에서 13위로 올라갔다. 산업부는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전기차 보급 정책으로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이온 축전지가 수출 성장세를 견인하며 역대 상반기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헬스는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67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다. 1년 전인 2022년 상반기에 코로나19 백신·진단키트 수출이 워낙 호조를 보였고, 글로벌 경쟁도 격화한 탓이다. 다만 상반기 바이오헬스 수출 실적을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42억5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수출 비중은 1.5%에서 2.2%로 크게 확대했다. 수출 비중 순위도 12위에서 11위로 올라섰다.
이 밖에 정부가 신규 유망 품목으로 관리하는 SS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MCP(여러 종류의 칩을 묶어 단일 제품으로 만든 반도체) 등의 수출 실적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개선됐다. 이들 품목 수출액을 2019년과 2022년 연간으로 비교하면 SSD는 50억2800만달러에서 133억8800만달러, OLED는 102억5000만달러에서 153억달러, MCP는 194억3400만달러에서 253억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 中에 추월당한 디스플레이
반대로 우리 수출에서 팬데믹 전과 후의 위상이 사뭇 달라진 품목도 보인다. 예컨대 디스플레이의 수출 비중을 순위로만 따지면 9위로 변동이 없다. 그러나 실제 수치는 2019년 상반기 3.6%(수출액 97억17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5%(76억5000만달러)로 1%포인트(p) 넘게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1년 전인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29.2%나 추락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국내 제조사들의 OLED 사업 전환에 따른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수출 감소, 중국·아세안 시장 내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일본을 제치고 17년 동안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다가 2021년 중국에 추월당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42.5%다. 그 뒤를 한국(36.9%)과 대만(18.2%) 등이 따른다.
선박의 경우 선가 상승과 LNG선 등 고부가 선박 수출 증가 덕에 올해 상반기 수출액(92억1000만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었다. 다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 수출액(110억4800만달러)과 비교해보면 수출 비중은 4.1%에서 3%로 작아졌다. 같은 기간 섬유 수출 비중도 2.4%(수출액 66억2000만달러)에서 1.8%(56억30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수출 유망 품목 육성·지원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수출 증가율의 조기 플러스 전환을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 투명 디스플레이,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수출 동력을 육성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30대 수출 유망 세부 품목을 중심으로 신규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을 집중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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