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축구 팬들 난투극… 날아온 맥주병 맞아 20대 여성 사망

이가영 기자 2023. 7. 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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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클럽 파우메이라스의 팬 가브리엘라 아넬리(23‧왼쪽)가 지난 8일(현지시각) 축구경기장 앞에서 누군가가 던진 맥주병에 맞아 쓰러졌다. /G1

브라질 프로축구 경기에서 벌어진 팬들 간의 난투극으로 20대 여성이 맥주병에 맞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10일(현지시각) 브라질 매체 G1, AP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 축구클럽 파우메이라스의 팬 가브리엘라 아넬리(23)가 이날 병원에서 사망했다.

아넬리는 지난 8일 열린 파우메이라스와 플라멩구의 세리에A 경기를 보기 위해 상파울루의 알리안츠 파르크 스타디움에 입장하려다 어디선가 날아온 맥주병에 목을 맞았다.

경기 시작 전 경기장 밖에선 파우메이라스와 플라멩구 팬들 사이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당시 영상을 보면 두 팀의 팬들은 장벽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 반대편을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이때 장벽 가까이에 있던 아넬리가 목에 손을 얹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여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수술받는 도중 끝내 숨졌다.

아넬리의 아버지는 “아넬리에게 파우메이라스는 유일한 즐거움이었다”며 “파우메이라스가 딸 삶의 전부였다.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듯 축구장을 향했다”고 말했다. 아넬리의 어머니는 “딸을 죽인 건 경동맥을 끊은 맥주병”이라고 했다. 아넬리의 부모는 딸이 위험에 처했을 때 경기장에서 축구를 관람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가 먼저 축구 경기장에 들어와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경기장 안에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터지지 않아 경기가 끝나고서야 딸이 수술받았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경찰은 용의자로 플라멩구 팬 레오나르도 펠리페 자비에르 산티아고(26)를 체포했다. 수사 당국은 산티아고가 누군가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맥주병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산티아고는 파우메이라스 팬을 향해 맥주병을 던진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얼음 조각 몇 개를 던졌을 뿐이며 얼음이 너무 작아 장벽에 닿지도 못했다”고 했다.

8일 축구 경기장 앞에서 파우메이라스와 플라멩구 팬들의 난투극이 벌어지자 기마경찰대가 출동하고 있다. /G1

아넬리가 다친 직후 경기장 근처에서는 파우메이라스 팬들이 소수의 플라멩구 팬을 공격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혼란을 막기 위해 투입된 경찰기마대는 최루탄을 쐈다. 이 가스 때문에 경기가 두 차례나 중단되기도 했다.

파우메이라스 구단은 성명을 내고 “브라질 국민들은 23세의 여성이 축구를 즐기는 곳에서 야만의 희생자가 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브라질 축구의 이미지를 해치는 사건에 대해 경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드나우두 로드리게스 브라질축구협회 회장도 “인종 차별과 마찬가지로 폭력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축구장은 열정을 쏟는 곳이지 범죄자들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슬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세리에A 다음 라운드에서는 아넬리를 추모하는 묵념이 1분간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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