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동굴 고립에서 생환한 영웅들이 모인 이유…“리더십 탁월했던 주장 추모”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산소부족, 홍수로 동굴 수위 높아져
미얀마 난민 20대 코치, 선수들 챙겨
특수부대·다국적 구조대 투입해 구조
주장은 생환 이후 영국 유학 중 숨져
5년 만의 추모·기념식에서 의미 새겨
“많은 분들의 걱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희들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팀의 주장이 함께 하지 못해 슬프지만, 살아가면서 갚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년 전인 2018년 7월 10일. 태국 북부에서 전해진 소식에 세계 곳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태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페이스북에 치앙라이주 ‘탐 루앙’ 동굴에 고립됐던 코치와 어린 선수 모두를 구했다는 소식을 올린 직후였다. 태국 언론 보도 중에는 “코치와 ‘야생 멧돼지’ 어린 전사 12명이 동굴에서 살아나왔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감동이 지구촌을 덮었다.
야생 멧돼지는 유소년 축구팀의 명칭이었다. 태국어로 ‘무 빠’라고 한다. 코치와 어린 선수들은 그해 6월 23일 훈련을 끝내고 동굴에 들어갔다. 일종의 소풍이고, 훈련이었을 것이다. 어린 선수 대부분은 태국 국적이었으며, 코치와 선수 3명은 미얀마 난민이었다. 관광 목적의 동굴 탐험은 폭우를 만나면서 고립으로 이어졌다.
7월 2일 고립된 이들에게 극적인 희망이 계기가 마련됐다. 구조대가 수색에 나선 가운데 영국인 잠수부 2명이 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코치와 어린 선수들은 동굴 입구에서 4km 되는 안쪽 지점에서 발견됐다. 고립 상황이 드러났다고 해서 동굴 탈출이나 구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폭우로 동굴의 수위는 높았으며, 산소 부족 문제도 심각했다. 태국 소방구조대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태국은 물론 미국과 영국·호주 등 다국적 구조대 100여명이 투입됐다. 현장에는 연인원 1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와 구조대가 참여했다.
다국적 구조대와 전문가들은 폭우로 동굴 내부 수위가 높아진 점에 주목했다. 구조 당국은 배수용 펌프를 이용해 동굴의 수위를 낮췄다. 산소탱크 수백 개도 동굴 안으로 투입됐다. 불어난 물 때문에 잠수와 수영을 통하지 않고는 고립된 이들이 동굴을 탈출하기 어렵다고 봤다. 구조대는 코치와 선수들에게 수영과 잠수 방법을 가르쳤다. 통로는 성인 1명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좁았다. 그만큼 여건이 좋지 않았다. 동굴 내부의 산소가 부족해 네이비실 대원이 구조 도중 숨지기도 했다. 외신은 완전 구조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완벽한 기적의 구출이었다. 본격 구조 개시 사흘 만에 고립 상태가 완전 해소된 것이다. 구조 현장을 지킨 치앙라이 지사의 표현대로 환상의 동굴 생환이었다. 구조대의 전문성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코치의 탁월한 보살핌과 소년 선수들의 용기가 어우러진 성과였다. 세계는 환호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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