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EEZ도 영해화 하나…46년 전 군사수역 일방 선포
북한, 1977년 군사경계수역 선포…"일반적 EEZ와 달리 촬영 등 금지"
'대한민국' 표현 등장도 이례적…2개의 코리아 기조 공식화 한 듯
북한이 김여정 담화를 통해 미군 정찰기가 배타적경제수역(EEZ) 침범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0일 밤과 11일 새벽 잇달아 담화를 내어 미군 정찰자산의 경제수역 상공 침범 주장을 편 뒤 '위태로운 비행' 등의 위협적 언사로 '대응행동'을 경고했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백두혈통 김여정이 연거푸 발표한 것 외에도 EEZ를 분쟁 수역화하거나 '대한민국'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 10일 미공군 전략정찰기는 5시 15분부터 13시 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km ~ 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km 해상 상공에서 조선 동해 우리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에 걸쳐 무단침범하면서 공중정탐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EEZ의 국제법적 지위를 부정하려는 태도다.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약 370km) 범위의 EEZ는 외국 선박과 항공기의 항행 및 비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 "우리 측 군사경계선수역은 물론 경제수역 상공도 미군 정찰자산들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미국의 군사연습 마당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1977년 7월 200해리 경제수역 도입을 발표하고, 8월에는 동해와 황해에서 광범위한 수역에 걸쳐 군사경계수역(Military Boundary Zone)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말하는 EEZ는 (수산자원 관리 등) 일반적 EEZ와 달리 (외국 선박‧항공기의) 촬영이나 조사 등의 금지행위까지 포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EEZ에서 타국의 군사활동을 제한하는 나라는 북한 외에도 중국과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필리핀 등 30여개에 이른다.
실제로 중국은 2014년 8월 하이난 섬 동쪽 135해리 상공에서 미 해군 정찰기의 기동을 차단한 적이 있다. 2009년 3월에는 미 해양감시선이 하이난 섬 남방 75해리 수역에서 중국 함정에 포위돼 퇴거를 요구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46년 전 군사경계수역을 일방 선포했을 뿐 사실상 묵인하다시피 해오다 갑자기 'EEZ 침범'을 문제 삼은 것은 여러 각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해양주권 강화 흐름에 동조‧편승하는 측면이 있다. 이와 함께 핵‧미사일 능력 확보에 따른 군사적 자신감의 표출 성격도 감지된다.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에는 미군 B-1B 전략폭격기 편대군이 동해 군사분계선을 훨씬 넘어 풍계리 핵실험장 130km 지점까지 깊숙이 북상했음에도 감지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체적 시점과 위치까지 특정하며 미군 정찰자산의 이동 현황을 실시간 파악했음을 과시한 것은 물론 '단호한 행동'을 경고했다.
북한이 이번에 '대한민국' 표현을 사용한 것도 매우 특이한 대목이다. '남조선'이라는 기존 표현을 병행하긴 했지만 '대한민국'은 북한 내에서 금기시돼온 말이나 다름없기에 관심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최근 외무성 담화 등을 통해 밝혀온 '2개의 코리아' 기조를 공식화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그간 유명무실화했던 군사경계수역 실질화에 시동을 거는 듯한 모습도 이런 흐름과 전혀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북한이 EEZ 침범을 문제 삼은 것은 7.27 정전 협정일(북한 주장 '전승기념일') 70주년을 앞둔 가운데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등에 따른 일시적 시선 돌리기 성격도 있을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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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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