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상 군사분계선' '경제수역' 주장하며 美정찰기 비행 트집

허고운 기자 2023. 7. 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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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군 공중감시정찰자산의 통상적인 대북 정찰활동을 비난하며 "영공" "해상 군사분계선" "경제수역" 등의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 주목된다.

북한은 동해 상공에 전개된 미군 정찰기가 역설적으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들 표현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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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 침범' 없었는데도 용어 바꿔가며 '억지 주장' 계속
국제적 통용 의미와 달라져… "EEZ 들어오지 말라는 뜻"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미 공군)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미군 공중감시정찰자산의 통상적인 대북 정찰활동을 비난하며 "영공" "해상 군사분계선" "경제수역" 등의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 주목된다.

북한은 동해 상공에 전개된 미군 정찰기가 역설적으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들 표현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북한이 여러 표현을 번갈아 쓰면서 사실상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1일 오전 발표한 담화에서 "10일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 동해 우리(북한) 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에 걸쳐 무단침범하면서 공중 정탐행위를 감행했다"며 "반복되는 무단 침범시엔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 담화에 따르면 미 공군 정찰기는 10일 오전 5시15분부터 오후 1시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경북 울진 동남쪽 276㎞ 해상 상공을 날았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수역 가운데 울진 동남쪽 등을 제외한 일부 수역은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영해 기선으로부터 200해리(370.4㎞)에 이르는 수역 중 영해(12해리·22.224㎞)를 제외한 수역)에 해당하는 것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군 정찰기가 단지 이곳 상공을 날았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의 "주권과 안전이 침해됐다"는 김 부부장 주장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법상 EEZ는 연안국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 선박이 자유로이 항해할 수 있는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공해(公海)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EEZ 상공을 사실상 방공식별구역(ADIZ)에 준해 운용한다는 뜻일 수 있다'는 해석이 온다. 그러나 ADIZ 또한 각국이 항공기 접근에 따른 우발상황을 피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구역으로서 주권이 미치는 '영공'엔 해당하지 않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와 관련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11일 브리핑에서 "EEZ는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며 "이곳을 비행했다고 해서 '침범'했다고 표현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북한은 전날 오전 국방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선 미군 정찰기가 "'영공'까지 무단 침범"했다고 주장했고, 같은 날 오후 늦게 김 부부장이 낸 담화에선 미군 정찰기가 "우리(북한) 측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한미 당국에 따르면 미 정찰자산은 북한 '영공'에 진입한 사실이 없다. 북한이 담화에선 언급한 '해상 군사분계선' 역시 우리나라나 미 정부는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1953년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직후 유엔군사령부가 설정한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해상 군사분계선'이란 표현을 썼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제1차 연평해전(1999년 6월15일) 발발 뒤인 1999년 9월 서해 NLL 이남에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임의로 설정하고 그 이북이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이보다 앞선 1977년엔 동해와 서해 모두에 '군사경계수역'을 설정하기도 했지만, 그간 동해에 대해선 육상의 군사분계선(MDL)을 연장한 NLL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던 상황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리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분명한 건 자신들의 EEZ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라며 "한미의 행동을 트집 잡으며 자신들의 영역 표시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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