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스웨덴 나토 가입에 동의했지만…"의회 반대 내세울 수도"
"의회 결정 남아…아직 완료된 거래는 아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어깃장을 놓아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바꿔 스웨덴의 가입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꾼 배경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튀르키예와 스웨덴 정상과 회동한 뒤 이같이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능한 한 빨리 의회에 전달하고, 비준안 통과를 위해 의회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쿠르드족 문제로 반목한 튀르키예-스웨덴
군사적 비동맹주의와 중립 노선을 지켜왔던 스웨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튀르키예가 핀란드의 가입을 비준하며 핀란드는 지난 5월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됐지만,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튀르키예와 스웨덴이 쿠르드족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여온 탓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쿠르드족을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스웨덴이 옹호하고 있다며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쿠르드족의 테러 관련 활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스웨덴 측에서는 지난 3월 테러 조직에 관여한 이들을 처벌하는 반테러법을 의회에 제출하는 등 튀르키예의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토 가입을 위한 양국 간 회담도 재개됐다.
스웨덴 측에서는 11일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가입 절차를 마무리하기를 기대해 왔다.
◇튀르키예, 스웨덴의 나토 가입 대가로 美 F-16 요구?
최근 연임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튀르키예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대가로 미국의 전투기나 서방의 자금 유입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튀르키예는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 구매를 희망하고 있지만, 미 의회 일각에서는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튀르키예가 과거 러시아제 F-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고, 자국군 항공기로 그리스 영공을 침범했다는 점이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튀르키예 전문가 엠레 페케르는 "튀르키예와 미국, EU 간 관계는 거래적이고 긴장된 상태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에르도안은 올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하고,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F-16 구매를 요구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튀르키예가 입장을 선회한 이후 F-16 구매 논의는 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합류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직후 미 의회는 F-16 전투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다음 주 중으로 (F-16 판매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지 의사만 표명했을 뿐, 공은 튀르키예 의회로 넘긴 상태인 만큼 합의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리치 아웃젠 선임 연구위원은 "튀르키예에는 스웨덴이 쿠르드족에 반대하는 확실한 공약을 내걸거나, 미국과 F-16에 대한 합의를 이끄는 것 외에 거래는 없다"며 "물론 에르도안은 튀르키예 의회에 공을 넘기며 빠져나갈 구멍을 남겨뒀다"고 전했다.
전 미 국방부의 유럽 및 나토 정책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스칼루바도 "에르도안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결정을 의회에 보냈을 뿐이며, 아직 완료된 거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F-16 외에도 서방 투자 등 요구할 듯
튀르키예가 F-16 외에 서방의 자본 유입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튀르키예의 지난해 10월 물가상승률은 80%에 육박한 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글로벌 추세를 거스르고 기준금리를 수 차례 인하하며 리라화 가치도 폭락한 바 있다.
중동전문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소식통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돈으로는 배를 띄우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전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근 재무장관을 바꾸는 강수를 뒀지만 서방 투자자들의 지원 없이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신흥국 애널리스트 티모시 애쉬도 미국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기고문을 통해 "에르도안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을 통해 러시아를 지원한다는 서방의 의심에서 해방됨으로써 서방의 자금 채널이 자유로워지고 리라화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 유입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랄 수 있다"고 주장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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