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스타트업 ‘타투 프린터’ 베끼기 논란, ‘상생합의’로 마침표

프링커코리아의 타투 프린터 ‘프링커’. 프링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LG생활건강과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가 ‘타투 프린터 아이디어 베끼기’를 둘러싼 갈등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법적 분쟁까지 갔던 양측은 모든 고소·신고를 취하하는 데서 나아가 제품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LG생활건강과 프링커코리아 사이의 유사제품 출시로 인한 아이디어 베끼기 논란이 당사자 간 상생합의로 최종 종결됐다”고 11일 밝혔다.

주요 합의 내용은 상대방에 대한 고소·신고 등 취하, 타투 프린터 산업발전을 위한 협의회 구성,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참여 등 상생협력이다.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이란 기업의 우선 구매를 조건으로 중소기업이 수행하는 신제품 개발에 대해 정부가 자금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논란은 LG생활건강이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선보인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에 대해 선행개발 업체인 프링커코리아가 “우리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타투 프린터는 블루투스로 연동된 스마트폰 전용 앱에서 디자인을 고른 뒤 피부에 대면 화장품 잉크로 타투를 새겨주는 소형 기기다. 물에는 강하지만 비누로 쉽게 지워진다. 프링커코리아는 2018년 1월 타투 프린터 ‘프링커’를 출시했다.

프링커코리아는 2019년 LG생활건강으로부터 프링커에 대한 문의를 받고 기술적 내용을 전달한 점 등을 들어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타투 프린터가 특정 업체만 독점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3월 프링커코리아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중기부는 관련 내용을 파악한 직후인 지난 2월 말 행정조사 공무원, 지방청 기술보호책임관, 지역 소재 전문가(변호사)로 구성된 기술보호 지원반을 통해 초동대응을 지원했다. 4월 프링커코리아가 행정조사 신고를 접수한 뒤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고 조정합의에 관한 양측 입장을 확인했다.

중기부는 “당사자 간 지속적인 상생을 기반으로 한 조정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공동기술 개발사업 참여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세부 합의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당사자와 수차례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결국 양측은 약 3개월간의 조정 끝에 동반성장위 주관으로 상생협력을 골자로 한 합의안에 서명했다. LG생활건강으로선 기업 이미지 등을 고려해 스타트업과의 갈등을 매듭짓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프링커코리아 역시 이번 합의로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유사 제품 아이디어 논란의 당사자가 상호 발전의 관계를 전제로 상생을 약속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유사 사례 발생 시 조정·중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과 프링커코리아 관계자는 “협약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기술·아이디어 탈취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 알고케어와 영양제 디스펜서를 두고 갈등을 벌인 롯데헬스케어는 최근 관련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