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명령 반한 업무지시 거부로 해고…대법 "징계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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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명령이 위법성을 이유로 취소됐더라도 해당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 거부에 대한 징계행위는 정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제명령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하는 판결 등이 확정된 경우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 거부 행위를 징계사유로 하는 징계가 정당한지 여부와 그 정당성 판단방법을 최초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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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구제명령 취소 판결로 업무거부 사유 사라져"
대법 "종합적 사정 고려해야" 파기환송
구제명령이 위법성을 이유로 취소됐더라도 해당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 거부에 대한 징계행위는 정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취소된 구제명령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 사유의 적법성을 다시 따져보라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이 사건 구제명령을 신뢰해 업무지시를 거부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A씨는 B회사의 품질관리팀에서 근무하며 팀장 등의 업무지시에 불응하는 비위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로 2016년 1월 1일 시스템관리팀으로 전보 발령 받았다.
이에 A씨는 2016년 1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가 신청한 재심에서 해당 전보 발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회사는 구제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7년 3월 "이 사건 전보 발령이 정당하다"며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을 했다. 서울고법도 2017년 6월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B사는 "A씨를 원직인 품질관리팀으로 복직시키라"는 중노위의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고 A씨를 생산1팀으로 전보 발령 했다. A씨가 전보 발령에 불응하자 회사는 그를 계속해서 시스템관리팀에서 근무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A씨는 시스템관리팀 내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등 비위행위를 했다. 회사 측은 2017년 7월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중노위의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거부한 행위를 비위행위로 한 징계해고는 부당하다"며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기존 근무 부서인 품질관리팀으로 자신을 복직시키지 않고, 시스템관리팀에서 일하도록 한 것은 중노위의 구제명령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노위는 구제신청을 기각했고, 중노위도 재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원고의 업무지시 거부 행위를 비위행위로 한 이 사건 해고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보 발령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됐다"며 "회사가 이 사건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고 업무지시가 부당하거나 원고가 업무지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구제명령과 징계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한 후 그 업무지시 거부를 이유로 한 징계는 원칙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면서도 "구제명령이 취소 전까지 유효하다고 믿은 근로자의 신뢰 등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의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징계가 정당한지는 업무지시의 내용과 경위, 그 거부 행위의 동기와 태양, 재심판정의 이유, 구제명령이 취소된 이유, 구제명령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 정도와 보호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이 사건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1심 판결은 해고 처분의 사유가 발생한 이후인 2017년 3월 30일 선고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제명령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하는 판결 등이 확정된 경우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 거부 행위를 징계사유로 하는 징계가 정당한지 여부와 그 정당성 판단방법을 최초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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