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는 누가 말리나[김지현의 정치언락]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표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중간에 농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날 자르려면 국무총리를 통해 해임 건의를 해주면 좋겠다, 자의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했다. 나를 유임시켜야 수습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문 전 대통령에게) 갔다. 결론은 똑같았다. 허무한 결론이었다” (6월 30일 유튜브 방송)
“저의 사직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2020년 12월 16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이 새벽에 이뤄지고 아침에 출근 직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직서를 내달라고 전화를 받았으나 명확하게 거절했습니다. 오후에 제가 들고 간 징계 의결서가 대통령 서명으로 집행된 직후 바로 대통령의 ‘물러나 달라’는 말씀으로 제 거취는 그 순간 임명권자가 해임한 것이므로 저의 사직서가 필요 없어져 버렸습니다.”(7월 3일 페이스북)
“이낙연 전 대표가 2021년 재·보궐선거 때문에 (나한테) 물러나라고 했는데, 그러면 안 됐다.”(7월 3일 KBS 방송)
모두를 ‘돌려 까기’ 하는 추 전 대표도 이재명 대표에겐 우호적입니다. 추 전 대표는 3일 KBS 방송에서 이 대표를 ‘사법 피해자’라고 두둔하며 “검찰 정권이 사법리스크를 만들어가는 건데, 이 사법 피해자 보고 ‘당신 때문’이라고 집안싸움에 전념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이 대표를 괴롭힐 때가 아니라는 거죠.
다만 친명(친이재명) 지도부도 추 전 대표의 ‘러브콜’은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당연히 부담스럽다”(5일 SBS라디오)라고 했고, 이 대표 최측근 모임인 7인회 소속 김영진 의원도 “추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안 보내고 할 사이가 아니다”(4일 YTN 라디오) 라고 부랴부랴 선을 그었습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우리 당에 추미애는 ‘조국 급’”이라며 “추미애 얘기가 많이 나올수록총선엔 악영향”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추 전 장관이 총선 한참 전에 떠들어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추 전 장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다른 원로들도 이에 질세라 각자 자기 장사에 나서는 역대급으로 이상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2021년 전당대회 또 돈봉투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대표적이죠. 송 전 대표는 6월 22일 MBC라디오에서 “(선거운동원도)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니냐”(6월 22일 MBC라디오)라고 했죠. 이에 “금품을 살포한 적 없다고 극구 부인했으면서, 지금은 제도를 탓하며 인간적인 정에 호소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나”(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사고뭉치 원로들과 함께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현역 의원들은 애가 탑니다.
한 재선 의원은 “우리는 지금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 상황인데, 치어리더들만 잔뜩 들어와서 이미 구장 안에 들어와 있는 우리 관중석 쪽만 잔뜩 흥분시키는 꼴”이라고 했습니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김남국 의원 탓을 하더군요. 지난 총선 때 불어 닥친 ‘세대교체론’ 속 당선된 김 의원 같은 젊은 의원들이 코인 사태 등 불미스러운 논란만 일으킨 탓에 OB들에게 “역시 내가 다시 나서줘야겠군”이라고 정신 승리할 명분을 줬다는 겁니다.
결국 이들을 자제시킬 자는 누구인가, 이들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를 두고도 당내 고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이 위기일 땐 통상 원로들이 나서서 당의 어른으로서 ‘빌런’들을 제압하고 리스크를 수습해왔는데 지금은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김두관 의원은 “당이 어렵기 때문에 고문들이 당이 통합하고 단합하는 데 역할을 해 주면 좋은데. 오히려 불을 질러놓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7월 7일 BBS라디오)라고 했습니다. 한 야권 관계자도 “원래 당이 어지러울 때 마지막 카드가 ‘원로’”라며 “원로가 쓴소리하고 혼을 내는 모양새로 정리를 해왔는데 지금은 원로들이 가장 주책이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떠드는 사람만 있고, 말리는 사람은 없네요. 내년 총선까지는 아직 9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 이걸 지켜봐야 하는 국민만 고통스럽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차 빼달라”는 여성에 침뱉고 폭행한 전직 보디빌더 구속영장 기각 왜?
- ‘TV수신료 분리징수’ 국무회의 의결… 12일부터 전기료와 분리납부 신청 가능
- 주차장서 레슬링 한 만취男들, 포르쉐 수리비 1500만원 나오자 “돈 없다”(영상)
- “야이 XX아 ‘뜨밤’ 보내세요”…초6학생이 교사에게 한 말 [e글e글]
- “너무 무거워 못 뜬다…20명만 내려달라” 요청한 항공사
- “숨이 턱턱”…머리에 비닐봉지 묶인 채 유기된 강아지
- 경찰 ‘망상지구 특혜 의혹’ 동자청 압수수색
- “미국도 아니고…” 국내 카페 등장한 ‘팁 박스’에 눈살
- 서울 동남권에도 ‘호우주의보’…시간당 30~60mm ‘매우 강한 비’
- 故 최진실 딸, 외할머니 주거침입으로 신고 “손자가 봐달라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