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1조 적자'…하반기 반등 나올까

이인준 기자 2023. 7. 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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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낙관론 커지지만…파운드리는 적자 폭 더 커져
스마트폰 업황 부진…가동률 하락에 원가부담 '이중고'
삼성, AI·車 등 매출 다각화 나서…대형 고객사 확보 가능성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2.09.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공들여 키우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글로벌 수요 둔화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매출 비중이 큰 스마트폰 업황 둔화가 부진의 주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반도체인 인공지능(AI)과 오토모티브(차량용) 등 응용처 다변화를 통해 올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시스템LSI사업부 포함)는 올 2분기(4~6월) 매출액 4조4370억원, 영업손실 7100억원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전년(6조8920억원)보다 35.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608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 1분기에도 2990억원 적자를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2분기 들어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은 스마트폰 업황 개선이 지연된 영향이 크다.

스마트폰 수요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고객사 부품 재고 소진이 예상외로 더디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등에서 고객사가 재고를 줄이고 있다. 고객 주문이 줄면서 시스템LSI 사업부의 매출이 감소하고, 파운드리도 생산 라인 가동률 하락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지며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초미세 공정도 지난 2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지만 적자 확대를 막진 못했다. 경기 침체와 높은 생산 단가로 인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제품가격 하락세 둔화와 출하량 증가로 적자 폭을 올해 1분기 4조3000억원에서 2분기 3조8000억원으로 감축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파운드리는 실적 회복세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성수기를 대비한 재고 축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돼, 3분기(7~9월)부터는 실적이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 파운드리, 매출 다각화…AI·車 고객 확보 관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스마트폰 중심의 매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오토모티브(전장) 등으로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전자는 지난달과 이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연달아 '파운드리 포럼'을 열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는 리벨리온과 딥엑스 등이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 중이며, 국외에서도 엔비디아, AMD 등 팹리스(설계 회사) 등 AI 반도체 '대어' 등과 협력을 모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 결과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와 7나노 공정 합계 가동률이 작년 말 60%에서 최근 90%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싱가포르계 증권사 CGS-CIMB가 삼성전자가 AI 칩 고객을 위해 일종의 완성품인 '턴키(turn-key)' 방식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도 기대감을 높인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연 44% 고성장을 나타낼 것이라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공정의 높은 생산 단가에 대한 차선책으로 부상 중인 4나노 공정의 수율(합격품의 비율)을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하며, 대형 고객사 확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을 제외한 모든 대형 고객들이 지나치게 고가인 TSMC의 3나노를 회피하고 4나노로 방향을 선회했다"면서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와 격차를 줄이기 시작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도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차량용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현대차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제품 공급은 오는 2025년부터지만, 양사는 하반기부터 시제품 개발 등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에서는 암바렐라 등이 삼성 공정을 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부터 2나노 파운드리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 모바일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HPC과 AI 등 응용처를 단계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운드리 사업은 HPC, AI 등 하이엔드 주문 증가로 하반기 실적개선이 예상된다"며 "최근 단행된 핀셋 인사 (D램, 파운드리)는 향후 삼성전자 중장기 경쟁력 제고와 체질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4나노 이하 수율 개선에 힘 입어 거래선이 확대될 전망"이며 "AI반도체를 중심으로 5나노 이하 선단 반도체 수요 증가로 내년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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