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7', 황홀한 2시46분간의 영화적 체험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2023. 7. 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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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굳이 어려운 길을 간다. 톰 크루즈 얘기다. 올해 그의 나이 61세. 이번 영화에서도 고난도 액션 연기를 직접 해냈다. 이제는 특수효과 기술을 마음껏 써도, 스턴트 배우에게 대역을 맡겨도 팬들은 얼마든지 이해해줄 텐데. 도무지 쉬운 길을 택할 줄 모른다. 이야기도, 액션 규모도 커진 '미션 임파서블' 일곱 번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션 임파서블 7')을 보면 톱스타 톰 크루즈가 스스로에게 던진 미션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액션 시리즈를 지켜라' 인 것만 같다. 그리고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전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2018)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미션 임파서블 7'은 대작의 풍모를 물씬 풍긴다. 마지막 시리즈로 예정된 8편과 파트를 1, 2로 나눌 정도로 할 이야기와 보여줄 내용이 많은 영화다. 그만큼 속도감을 조절해 차분하고 느긋하게 나아간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제작자 겸 주연배우 톰 크루즈와 5편부터 연출을 맡아온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아날로그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기 위해 작정한 티가 역력하다. 내년 개봉하는 파트 2까지 완벽하게 맞춰진다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최고작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이번 시리즈의 발단이 되는 사건과 무기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다분히 고전적인 방식이다. 이어서 에단 헌트(톰 크루즈)의 등장과 그가 비밀 지령을 받는 '미션 임파서블'의 시그니처 장면이 나온다. 시리즈에 대한 반가움뿐이랴. 에단 헌트가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아라비아 사막에서 첫 임무를 수행하는 오프닝 액션 시퀀스는 영화의 규모감을 단박에 가늠케 한다. 서부극을 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짜릿한 총격 액션이 에단 헌트의 무사 복귀를 알린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개봉 전부터 '맛보기 액션' 영상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끌어왔다. 4편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선 톰 크루즈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 부르즈 할리파 외벽에 매달리고, 6편 '폴아웃'에선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스턴트 연기가 화제였다. 7편은 오토바이를 타고 노르웨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점프 액션이 기대를 모았다. 예상대로 명장면이고, 영화 속에서 톰 크루즈가 호흡을 가다듬고 뛰어내릴 준비를 할 때부턴 저절로 숨을 참게 된다. 극장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이 장면을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이벤트다. 

이탈리아 로마 시내와 골목을 질주하는 오토바이, 카체이싱 액션과 후반부를 장식하는 열차 액션도 기대 이상이다. 톰 크루즈가 7편에 새롭게 등장하는 도둑 그레이스를 연기한 헤일리 앳웰과 티격태격하며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 로마 장면은 액션과 유머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쾌감을 키운다. 엄청난 액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후끈하게 달군 후에 나오는 열차 장면은 강도 높은 액션으로 예상 가능한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카체이싱, 열차 액션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누군가는 식상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막상 영화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같은 액션도 톰 크루즈가 하면 다르다. 새롭다. 왜일까.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액션 구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의 톱스타인 그가 관객이 최고의 엔터테이닝을 경험하도록 매 순간 혼신의 힘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의 액션에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한계선이 없다. 이 다음을,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역량을 펼치기에 넋을 잃고 빠져든다. 영화에서 열차가 한 량씩 다리 밑으로 떨어져 나갈 때, 대체 이 배우가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혀를 내두르는 순간마다 톰 크루즈는 몇 곱절의 스턴트 액션으로 응수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시리즈에선 여성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5편부터 등장해 여주인공으로 활약한 일사(레베카 퍼거슨)와 에단 헌트의 새로운 파트너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6편에 이어 재등장한 무기 브로커 화이트 위도우/알라나 (바네사 커비), 7편의 빌런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의 부하 파리(폼 클레멘티에프)까지 네 여성 캐릭터가 각자의 자리에서 주요 장면을 획득한다. 들러리가 아니다. 베네치아 두칼레 궁전 파티장에서 에단 헌트와 가브리엘, 네 캐릭터가 한자리에 모인 장면은 회전 촬영으로 인물들의 긴장과 대립 관계를 긴박감 넘치게 연출했다. 액션 없이 오로지 배우들이 감정으로만 격돌하는 7편의 명장면이다. 

아날로그 첩보 액션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잇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서 에단 헌트가 맞서 싸워야 하는 최종 빌런은 인공지능(AI)이다. 아날로그 영웅과 '디지털 기생충'의 맞대결에 디지털 시대를 향한 섬뜩한 경고의 메시지까지 담아 전한다. 최첨단 적에게 대응하기 위해  에단 헌트와 IMF 팀이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는 영화 속 장면과, 나날이 CG기술력을 더하는 슈퍼히어로 시리즈에 대항하듯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묘하게 중첩된다. 의도적이라고 여겨진다. 장인정신이야말로 톰 크루즈가 제작자, 배우로서 지키고자 하는 사명이자 의무 아니던가. '탑건: 매버릭'(2022)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한 작품을, 한 시리즈를, 한 시대를 이끄는 '영화인' 톰 크루즈의 투철한 책임 의식이 느껴진다. 

파트1에서 2시간 43분의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파트2로 향하는 에단 헌트의 각오는 비장하다. 여느 때보다 외롭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파트2에선 이전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수중 액션도 다시금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정대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28년의 역사를 8편으로 마무리할지, 흥행과 인기에 힘입어 다음 시리즈에 도전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신은 있다. 톰 크루즈는 꽃길을 마다하고 고생길을 택할 것이고, 보란 듯이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낼 것이다. "새날엔 새로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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