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 무장 반란 때 핵 배낭 탈취 시도"

강현철 2023. 7. 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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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영상·증언으로 핵무기 저장고 100㎞ 앞 근접 사실 확인돼"
美 "핵무기 탈취 시도 확인 안 돼"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주민이 6월 24일(현지시간) 철수 준비 중인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병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 수뇌부를 겨냥한 무장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로 진격했으나 벨라루스의 중재로 하루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EPA 연합뉴스
연합뉴스

지난달 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의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당시 군 기지에 보관돼 있던 핵 배낭을 탈취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당시 모스크바로 내달리던 반란군 중 일부가 대열을 이탈해 인근 군기지 방면으로 향한 사실이 확인되는데, 이것이 용병들의 실패한 핵배낭 입수 시도였다는 것이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수장과 복수 소식통들의 주장이다.

핵 재앙이 코 앞까지 닥쳤다는 이 내용은 따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파죽지세로 돌진하던 바그너 용병들이 돌연 반란을 멈추고 회군한 것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용병들을 딱히 응징하지 못하는 등 이번 사태에서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이터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로 진격할 당시 본대에서 10여대의 군용 차량들이 떨어져 나와 북동쪽으로 방향을 튼 사실이 인근 주민들의 소셜미디어(SNS) 영상물과 증언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바그너 용병들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와 수도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M-4 도로를 타고 모스크바 방면으로 북진하고 있었는데, 파블롭스크시 인근 분기점에서 일부 군용 차량과 픽업트럭, 밴 등이 대열에서 이탈해 도로 오른쪽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은 당시 지역 TV의 뉴스에서도 방송됐다. 로이터는 뉴스에 나온 장면을 분석해 이곳이 파블롭스크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분대가 향한 곳은 러시아의 핵무기 저장고로 알려진 '보로네즈-45' 기지 방면이다.

이날 새벽에는 분기점 인근 마을 옐리자베톱카에서 바그너 용병들과 러시아군이 충돌해 폭발음과 총격 소리가 들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인된다. 이날 오전 8시 24분에는 한 주민이 SNS에 "포탄이 날아다니고 헬기 소리와 자동소총 소리 등이 들린다"라고 썼다.

수시간 뒤 병력은 더 동쪽으로 이동해 보론촙스카야를 지나 공군 기지가 있는 부투를리놉카까지 진출했다.

그날 저녁에는 탈로바야 마을에서 병력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현지 주민은 "바그너 용병들에게 물과 음식을 줬다"고 전했다.

러시아 군도 저지선을 설치하고 대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탈로바야 마을은 보로네즈-45 기지까지 불과 100㎞ 떨어져 있다.

탈로바야에선 한동안 조용하던 양측은 군 헬기가 (바그너) 군 대열에 공격을 퍼부으면서 교전에 들어갔고, 헬기가 반격에 격추됐다고 한다. 당시 보도를 보면 이 헬기는 바그너 용병과 교전 중 추락한 Ka-52 공격용 헬기로 추정된다.

바그너 용병들의 이후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 주민은 로이터에 용병들은 탈로바야에서 더 움직이지 않았고 다음날 돌아갔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의 진술과 당시 SNS에 올라온 영상, 보도 등을 종합하면 바그너 용병 일부가 대열에서 이탈해 핵무기 저장기지로 알려진 보로네즈-45 방면으로 행군해 100㎞ 앞까지 닿은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 수장인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당시 바그너 분대가 탈로바야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보로네즈-45 기지까지 가서 핵 배낭을 탈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바그너 용병들은 반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기지까지 가서 그곳에 보관된 핵 배낭을 손에 넣으려 했다"라며 "하지만 용병들은 핵무기 보관 시설 출입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그가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러시아 크렘린궁과 가까운 한 소식통도 부다노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언급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바그너 용병들은 '특별 관심 지역'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곳에는 핵무기가 저장돼 있었기에 미국이 동요했었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자신의 발언에 대한 근거는 대지 않았다.

이번 사안에 대해 잘 아는 다른 소식통은 "이 일이 크렘린을 우려하게 만들었고 24일 저녁 서둘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협상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핵 배낭은 병사가 가방에 넣어 등에 지고 이동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로,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이 모두 보유하고 있었으나 양국은 1990년대 초까지 서로 핵 배낭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소련과 러시아는 약속대로 핵배낭을 없애지 않고 따로 숨겨놓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로이터에 전했다.

러시아가 지금까지 핵 배낭을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보장할 순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바그너 반란 사태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미국 당국은 바그너그룹의 이와 같은 핵배낭 탈취설에 대해 "알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애덤 호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어느 시점에서 핵무기나 관련 물질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크렘린궁이나 바그너그룹도 관련된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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