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솔과 스미노 하야토…세계가 인정한 ‘피아니스트 겸 유튜버’
기발한 아이디어, 발칙한 상상력으로 무장했다.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과 편곡에 능한 ‘전방위 예술가’다. 클래식은 물론, 재즈와 팝, 영화음악과 전자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파워 유튜버’로서 대중과 소통하며 영향력을 극대화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 피아니스트 나래솔(32·Nahre Sol)과 일본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27)의 공통점이다.
독일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공연장 엘프 필하모니는 지난달 27일 한국계 미국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나래솔을 ‘상주 크리에이터(Creator In Residence)’로 위촉했다. 전 세계 주요 공연장과 관현악단을 통틀어 그가 ‘제1호 상주 크리에이터’다. 상주 작곡가, 상주 연주자를 두는 경우는 많지만 ‘상주 크리에이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엘프 필하모니는 밝혔다. 활동 기간은 일단 내년 말까지.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이 2019년 이곳에서 상주 작곡가로 활동했다.
‘상주 크리에이터’란 낯선 직함을 지진 나래솔이 하게 될 일은 뭘까.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더 많은 청중과 공유하는 역할”이라고 엘프 필하모니는 설명한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Nahre Sol’의 구독자는 현재 61만 6천명에 이른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도 다채로운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엘프 필하모니 총괄 예술감독인 크리스토프 리벤-조이터는 “나래솔이 지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를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젊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들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음악 유튜버’로서 나래솔이 보여온 독창적 아이디어를 높이 샀다는 이야기다.
거대한 벽돌 창고 위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건축된 엘프 필하모니는 콘서트홀과 호텔 등을 갖춘 복합 공연장으로, 파도 모양의 유리 구조물로 항구 도시 함부르크를 상징한다. 엘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부르크 심포니 등 4개 악단이 이곳에 상주하고 있다.
‘전통적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나래솔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 건 유튜브였다. 그의 유튜브 채널엔 온갖 재기발랄한 콘텐츠들이 그득하다. 생일 축하 노래 ‘해피 버스데이’를 위대한 작곡가 10명(바흐, 베토벤, 슈만, 쇼팽, 리스트, 드뷔시, 에릭 사티, 라흐마니노프, 존 케이지, 스티븐 리치)의 스타일로 다르게 연주한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ToO7OXDiV04)은 195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작곡가별 핵심 특징과 스타일을 정확히 포착해 귀에 쏙 들어오게 해준다. ‘고엽(Autumn Leaves)’을 작곡가 20명의 스타일로 다르게 편곡해 연주한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SAtZawkqBG8)도 조회 수 77만이다. 바흐와 하이든, 모차르트부터 쇼스타코비치와 필립 글래스와 카푸스틴 등 현대 작곡가를 망라한다. 영상을 보고 나면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작곡가들이 꼭 이렇게 편곡했을 거라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상만 봐도 음악사의 흐름을 일별할 수 있을 정도다.
원래 꿈은 ‘전통적 피아니스트’였다. 뉴욕 줄리아드와 토론토 왕립음악원에서 공부했고, 다양한 콩쿠르에서 입상도 했다. 그런데 2015년 ‘번아웃’이 왔고 장학금이 끊기는 등 시련을 겪었다. 음악을 떠나 한동안 사진작가로 일했다. 2017년, 암울한 시절에 시작한 유튜브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다양한 곡과 장르의 스타일을 분석해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연습 노하우를 설명하거나 어머니를 위한 곡을 쓰고, 어머니와 함께 연습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차츰 입소문이 났고, 미국 공영방송인 ‘<엔피아르·NPR>와 <피비에스·PBS>에서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작곡에도 재능이 뛰어나 그가 작곡한 곡들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연주되고 있다. 그는 “혁신적인 협업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클래식부터 재즈, 일렉트로, 팝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도쿄대에 다니는 ‘피아노도 잘 치는 공대생’을 인기 절정의 피아니스트로 바꿔준 것도 유튜브 활동이었다. 오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여는 일본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가 그 주인공. 지난해 서울, 부산, 인천 공연이 매진될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국내 클래식 유튜브 채널 ‘또모’에 출연해 음대생들과 즉석 ‘연주 배틀’을 펼치고, 재즈 즉흥 연주를 선보였다. 젊은 한국 팬들이 많아서인지 ‘수민’이란 한국 이름까지 지었고, 한국어 공부에도 열심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유명했던 스미노는 공부도 잘해서 도쿄대 공대와 대학원에서 정보과학기술을 전공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유튜브에도 꾸준히 피아노 관련 영상을 올렸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지은 유튜브 채널 ‘카틴(cateen)’이 지금은 구독자 124만명에, 누적 조회가 1억5천만에 이른다. ‘반짝반짝 작은 별’을 1~7단계로 나눠 연주한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L2f6Mi7I5lY)은 945만회 조회를 기록했다. 평이한 동요로 시작해 2·3단계는 재즈와 랙타임, 4단계는 인상주의, 5~7단계는 베토벤과 쇼팽, 리스트의 연주 스타일을 보여준다. 장난감 미니 피아노로 신들린 듯 연주한 모차르트 ‘터키 행진곡’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NLq8-7Mspb4)은 1천99만회에 이른다. 입으로 부는 장난감 멜로디언과 피아노를 동시에 연주하는 등 발칙한 발상에 몸을 흔들거나 춤을 추는 등 엔터테이너적 기질도 많다. 영상을 보면, 클래식과 재즈, 크로스오버에 전자음악을 넘나들며, 작곡과 편곡에도 능한 ‘만능 아티스트’라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일찍이 음악에 두각을 보였다. 2017년 ‘아시아 쇼팽 국제콩쿠르’ 금메달, 2018년 ‘일본 피아노 지도자 협회(PTNA) 콩쿠르’ 우승, 2019년 ‘리옹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를 수상했다. 2020년엔 첫 앨범 <hayatosm·하야토즘>도 발매했다. 그때까지도 전공 공부의 끈을 놓지 않으며 공부와 음악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에게 결정적 전환점은 2021년 제18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 준결승 진출이었다. ‘비전공자 출신 최초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란 타이틀로 세계 클래식 음악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최종 2위를 차지한 소리타 교헤이, 4위의 고바야시 아이미보다 스미노가 더 큰 화제에 올랐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바흐의 곡들과 자작곡을 들려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hayatosm·하야토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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