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 노리고 공모주 시장에 다시 돈 몰린다
7월 청약 일정 공시한 13개 기업에 투자자 관심 집중
(시사저널=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공모주 시장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상장 기업의 첫날 주가는 공모가 기준으로 최대 260%만 오를 수 있었다. 이를 '따상(더블상한가)'이라고 불렀다. 기업이 공모가 1만원으로 상장할 경우 시초가는 9000~2만원 사이에서 결정됐고 시초가가 2만원으로 결정되면 당일 최대 2만6000원까지 거래가 가능했던 셈이다. 하지만 6월26일 제도가 개선되면서 상장 첫날 공모가의 60~400%까지 매매가 가능해졌다. 공모가가 1만원이면 6000~4만원 사이에서 주가가 결정되고, 상장 첫날 가능한 최대 수익률도 '따상'에서 '따따블'로 바뀌었다.
이번 조치는 기존 제도의 문제들이 꾸준히 지적받았기 때문이다. 일부 세력이 상장 첫날 개장 전에 허수 주문을 대거 넣었다가 개장 직전 취소하는 방식으로 시초가를 뻥튀기한다는 의혹은 그치지 않았다. SK바이오팜 등 일부 대형 IPO에서는 교보증권 등 특정 증권사 계좌에서 개장과 함께 대량 주문을 빠르게 넣는 '광클'로 초기 물량을 싹쓸이함으로써 일종의 병목현상을 일으켜 가격을 상한가로 띄우는 수법이 활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신규 상장 종목들의 첫날 주가가 단기 고점인 경우가 많았다.
상장 첫날 '따상' 대신 '따따블'도 가능
이 때문에 상장기업 주가가 본래 가치를 찾아가는 '가격 발견'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았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개정안의 목적은 기존의 가격 제한 폭으로 인해 주가가 연달아 상승한 후 급락하는 등의 투자자 피해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일 변동 폭을 확대하고 단기간에 균형가격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모가 기준 최대 상승 폭이 기존 260%에서 400%로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최대 수익률에 쏠렸고,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는 한층 높아졌다. 로또 1등 당첨금이 많아지면 구매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재혁 연구원은 "개정안의 실효성을 논하기에는 이른 단계지만 확실한 것은 IPO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짐으로써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초가부터 공모가의 '따따블' 수익이 가능해지면서 신규 상장 종목 투자자들은 상장 후 장내 거래에 앞서 공모 청약 참여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6월26일 이후 상장하는 기업들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 많은 돈이 몰렸다. 6월29일 상장한 시큐센의 경우 6월20~21일 진행한 공모 청약에서 약 1조4000억원의 증거금이 입금됐고, 1931.65대 1이라는 올해 공모 청약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시큐센은 상장 첫날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시큐센은 공모가 3000원으로 상장했는데 첫날 9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따따블에 근접한 1만18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알멕 역시 6월20~21일 공모 청약에서 청약증거금 8조5000억원이 모이며 1355.6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알멕 역시 6월30일 상장 첫날 공모가(5만원) 대비 4만9500원(99.00%) 오른 9만9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중에는 18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알멕과 동시에 상장한 오픈놀의 경우 청약 경쟁률은 49.04대 1로 다소 부진했으나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1만원) 대비 5750원(57.50%) 오른 1만5750원에 장을 마쳤다. 오픈놀 역시 상장 첫날 주가가 장 중 3만95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러한 공모주 불패 행진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공모주에 투자하면 무조건 이기는 '돈 넣고 돈 먹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6일 상장하는 확장현실(XR) 솔루션 기업 이노시뮬레이션의 경우 6월27~28일 실시한 공모 청약에서 3조5670억원의 청약증거금이 입금됐고 청약경쟁률은 무려 2113.78대 1을 기록했다.
공모주 시장 열기는 7월부터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상반기에 증권신고서 정정 등의 이유로 공모 일정이 밀렸던 기업들이 한꺼번에 청약 접수를 개시하기 때문이다. 7월 공모 청약 일정이 공시된 기업은 5~6일 필에너지를 시작으로 와이랩, 센서뷰, 뷰티스킨, 에이엘티, 버넥트, 파로스아이바이오, 시지트로닉스, 틸론,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엠아이큐브솔루션, 파두, 시큐레터 등 13개 기업이나 된다. 이는 지난 6월 6건 대비 2배 이상이고 지난해 같은 달의 9건보다도 훨씬 많다. 청약 일정도 빽빽하다. 10~11일 청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와이랩과 센서뷰처럼 다른 기업들과 청약 일정이 겹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17~18일에는 에이엘티, 버넥트,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3개 기업의 청약 일정이 잡혀 있다.
7월 이후 하반기에도 공모 기업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특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 두산로보틱스, 노브랜드, 나이스평가정보, 밀리의서재 등 'IPO 대어'로 평가받는 기업들의 상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청구 기업은 60여 개이며 상장심사승인을 받고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기업도 20개 이상"이라며 "현재 IPO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의 성공 여부 및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로 대어급 기업의 추가 상장 추진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돈 넣고 돈 먹기' 폐단 재현되나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7월부터 도입되는 수요예측 제도 변경이 공모주 흥행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7월 이후부터 증권신고서를 최초로 제출하는 기업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상장주관사가 기관투자가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그동안 수요예측 과정에서 일부 기관이 허수성 신청으로 수요예측 경쟁률을 '뻥튀기'한다는 의혹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실제 능력을 초과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은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된다. 결과적으로 수요예측 경쟁률이 이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통상 공모주 투자자들은 기관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을 보고 공모 청약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에 공모주 흥행 열기를 다소 식히는 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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