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美 위태로운 비행 경험할 것”...北, 하루 3차례 위협

美공군정찰기 EEZ상공 침범주장
北 ‘격추’ 언급...군사적 대응 운운

북한이 미국의 정찰활동을 빌미로 하루 사이에 세 차례나 군사적 대응 조치 위협을 쏟아냈다. 한미는 국제법에 따른 활동이라며 북한의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새벽 발표한 담화에서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북한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며 군사적 대응을 운운했다.

김 부부장은 구체적으로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전날 새벽 5시 15분부터 오후 1시 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에서 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 해상 상공으로 북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례에 걸쳐 무단침범하며 공중정탐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행동을 이미 예고했다”며 “반복되는 무단침범시에는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미 정찰활동과 관련 공해 상공에서의 정상적 비행활동이라고 반박한 데 대해 “대한민국 군부는 미군의 도발적 행동과 관련해 중뿔나게 앞장에 나서 뻔뻔스러운 주장을 펴며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사실을 부인해 나섰다”면서 “대한민국의 군부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해당 공역과 관련한 문제는 우리 군과 미군 사이의 문제”라며 한국군 배제 의도를 분명히 했다.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전날 오후 9시께 담화를 발표한 지 9시간 만이었다.

그는 전날 담화에선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같은 날 새벽 5시께부터 해상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가 북한 공군 대응 출격에 의해 퇴각했지만 오전 8시50분께 또다시 해상 군사분계선 상공을 침범해 공중정찰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충격적인 사건 발생’,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 ‘참변’ 등의 표현을 동원해 위협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전날 새벽에는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 RC-135 정찰기와 U-2S 고공전략정찰기, RQ-4B 글로벌호크 고고도무인정찰기 등이 영공을 침범했다며 미 정찰기 격추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루 사이에 세 차례나 미 정찰기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면서 고강도 위협을 쏟아낸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복합적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며 “우선 미 정찰활동 자체에 대한 반발과 함께 27일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을 앞두고 대미항전 등 분위기를 고양시킴으로써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이어 “군사정찰위성이 실패한데다 한국군이 일부 인양 뒤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지만 기술적 반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불쾌감을 ‘북한식 짜증’으로 표출했을 수도 있다”면서 “북한의 미 정찰기를 향한 군사적 대응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군사적 대응 조치로는 실제 미 정찰기를 겨냥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번개 5호’ 또는 ‘번개 7호’ 발사나 미 정찰자산 기지나 경유지를 상정한 미사일 시험발사, 공군 전투기 출격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미국은 북한의 잇단 담화 공세에 국제법에 따른 정상적인 활동이라며 긴장 고조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모든 곳에서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항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의 발언이나 위협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긴장 고조 행동을 자제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관여할 것을 촉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기준선에 200해리까지인 EEZ는 12해리까지인 영해와 달리 국제법상 연안국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한 통과할 수 있는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공해로 인정받는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