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들인 '짝퉁 거북선' 초라한 퇴장…"철거 소리 비명 같았다"

20억 원을 들여 제작했지만 이른바 '짝퉁' 논란과 부실시공으로 애물단지 신세가 됐던 '1592 거북선'이 결국 철거되며 거대한 목재 더미로 남았습니다.

오늘(11일) 오전 경남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전시관 앞에서 작업 현장소장의 지시와 함께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거북선을 철거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북선 선두에 달려 있던 용 모양의 머리는 포크레인의 움직임 한 번에 금방 떨어져 나갔습니다.

길이 25.6ｍ, 폭 8.67ｍ, 높이 6.06ｍ 크기의 위용을 뽐내던 거북선은 서서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폐기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내리는 장맛비는 거북선의 초라한 퇴장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철거가 어느 정도 이뤄진 후에는 철근 해체 작업도 일부 이뤄졌습니다.

거북선은 오늘 전체의 60％ 정도가 철거됐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해체되는 양만 약 112t에 달합니다.

해체 순간을 지켜보던 40대 이 모 씨는 "용 머리가 떨어지면서 '쿵'하는 소리가 났는데 마치 거북선의 비명처럼 들렸다"며 "우여곡절이 많았던 거북선으로 알고 있는데 시민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허무하게 철거돼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거제시는 오늘부터 오는 23일까지 거북선 해체 공사를 진행합니다.

수일 내로 거북선을 완전히 철거하면 남은 폐기물을 소각장에서 불에 태우고 철근 등은 고물상에 팔 계획입니다.

이번 거북선은 경남도가 2010년 '이순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작됐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재현해 '1592 거북선'으로 불렸습니다.

당시 국비와 도비를 합쳐 약 20억 원이 투입됐지만 제작 당시부터 국산 소나무를 쓰도록 한 시방서와 달리 80％ 넘게 수입 목재를 쓴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짝퉁 거북선'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 방부 처리를 소홀히 해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거나 뒤틀렸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는 선미(꼬리) 부분이 파손돼 폐기 처분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거제시가 지난 2월 매각을 시도했지만 7번이나 유찰된 끝에 154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낙찰자가 인도를 포기하면서 결국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