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배급 끊겨 영양실조...사람답게 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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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어려움으로 목숨을 걸고 탈북해 중국으로 향한 탈북민들은 살기 위해 언어를 배웠고, 일자리를 구했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의 방역 봉쇄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동의 자유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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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없어 중국인 임금 절반 받아”
“코로나19 이후 이동마저 어려워”
“코로나 시작하는 해에 중국 국경지역에 도착했는데, 신분이 없으니 중국 사람의 임금 절반만 받았습니다. (방역 정책이 강화된 후에는) 바깥 출입을 못하고 이렇게 사는 것이 안쓰러웠습니다.”(20대 북한이탈주민 A씨)
경제적 어려움으로 목숨을 걸고 탈북해 중국으로 향한 탈북민들은 살기 위해 언어를 배웠고, 일자리를 구했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의 방역 봉쇄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동의 자유는 사라졌다. 이들이 또다시 목숨을 걸고 한국행을 택한 것은 “사람처럼 당당히 살고 싶다”는 이유였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개원 24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경기 안성시 소재 하나원을 내외신 언론에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민 3명에 대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가’급 보안시설인 하나원에서 언론 보도를 전제로 한 탈북민 인터뷰가 진행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탈북민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이름과 나이는 밝히지 않았다.
2004년 탈북한 B씨(30대·여)는 “북한에 있을 때 여섯, 일곱살까지만 해도 식량이 배급됐는데 열살 때부터는 배급도 없었다”며 “미공급(식량 배급 중단)이 되고 먹고살기 너무 힘들어서 영양실조까지 오게 됐고 꽃제비 생활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죽겠다고 생각했고, 언니들이 중국으로 간다고 해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고 덧붙였다.
2014년 탈북한 C씨(30대·여)는 “중국에서 지냈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일자리보다 먼저 가정을 꾸렸다”며 “아이를 낳고 2~3년이 지나 언어가 가능해지고 나서야 일을 했다”고 밝혔다.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지만 코로나19로 중국에서의 체류는 더욱 열악해졌다. 방역 정책으로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면서 이동 자체가 어려웠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B씨는 “중국에서 사는 것은 그래도 북한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중국에서 신분 검사가 강화되니 신분증이 없이 사는 것이 힘들었다”며 “언니들이 한국에 가면 신분증도 주고 중국보다 더 잘살 수 있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0년 전후 약 3000명이었던 탈북민 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2012년부터 1000명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229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했고 2021년에는 63명, 2022년에는 67명을 기록했다.
C씨는 “중국에 있는 자체가 불법이니 안전이 보장된 생활이 아니었다”며 “사회적인 활동도 할 수 없고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니 안전하고 싶고, 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한국에 오기로 한 큰 결심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중국에 체류하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는 싶어 하지만 오는 길이 너무 위험하다 보니 못 오고 있다”며 “저도 목숨을 걸고 와서 성공했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하나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사회에서도 탈북민들의 의사에 따라 한국 또는 제3국에 갈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며 “정부는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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