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정찰' 이슈로 긴장 조성하는 북한…진의는 무엇일까

양은하 기자 2023. 7. 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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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성 대변인부터 김여정까지 3차례 담화로 美 정찰기 활동 이례적 비난
한미 대북 압박 앞두고 대응 위한 사전 포석…'정찰 능력 제고' 명분 쌓기도
고고도 무인정찰기(HUAS) 글로벌호크(RQ-4) 모습. (미 공군 제공) 2019.12.25/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이틀째 미국 공군의 정찰기 활동을 문제삼아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등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개최나 한미 연합훈련에 따른 대북 감시의 강화 등을 앞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자 자신들의 '정찰 능력 제고'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전날인 10일 오전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시작으로, 10일 밤과 이튿날인 11일 오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연이은 담화로 미국의 정찰기 활동을 재차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미 정찰기가 '아군의 해상군사분계선' 상공을 넘거나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무단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침범이 반복되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거나 '격추'까지 운운하며 위협을 가했다.

북한은 그간 미군의 정찰기의 활동에 대해 특별한 대응이나 비난을 하지 않았다. 북미 간 정찰기 문제는 지난 2003년 3월 북한 전투기가 공해상에서 미 정찰기 RC-135를 북한으로 유도하려다 실패한 사건으로 표면화된 이후 현재까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더욱이 북한이 국제적으로 공해로 인정되는 EEZ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번 북한의 반응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 때문에 북한이 갑자기 미국의 정찰 활동을 문제 삼으며 '긴장'을 조성하는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제기된다.

먼저 향후 예정된 한미의 대북 압박 움직임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 두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18일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첫 번째 회의가 예정돼 있고 핵탄도미사일을 탑재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이달 중으로 한반도에 전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오는 8월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다. 모두 대북 압박 및 감시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일들로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이벤트들이다.

내부적으로는 열병식 개최 등 대대적인 경축을 예고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7월27일) 70주년을 앞두고 있어 적개심 고취와 긴장 조성을 통한 내부 결속 수요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이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하는 등 각종 정찰자산 확보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찰 활동을 걸고 들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 중 하나로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제시하면서 '정찰 정보 능력 제고'에 나섰다. 지난 5월31일에는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했다가 실패한 뒤 현재 재발사를 준비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정찰 활동을 비난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찰자산 확보도 미국 때문이라는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북한 담화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이 미국의 정찰 활동에 대해 마치 자신들이 '탐지'했다는 듯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김 부부장은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10일 오전 5시15분부터 오후 1시10분까지 "강원 통천 동쪽 435㎞~경북 울진 동남쪽 276㎞ 해상 상공에서 동해 우리 측 경제수역상공을 8차례에 걸쳐 무단침범하면서 공중 정탐 행위를 감행했다"라며 마치 정찰기의 움직임을 일일이 포착한 듯 시간과 거리, 횟수를 언급했다.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미 정찰기의 움직임을 탐지했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대북 정찰 활동에 대한 나름의 대응 차원에서 자신들도 정찰을 강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미국이 정찰 활동을 강화하면 자신들도 '똑같이 하겠다'며 일종의 엄포를 놓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이례적으로 사흘 연속 동해 상공에 전개됐는데 이 일대에서 북한의 어떤 움직임을 먼저 포착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새로 개발한 무인기를 가동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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