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美정찰기에 "군사적 행동" 취한다면… 우리 군도 '대응'

박응진 기자 2023. 7.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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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동원해 우발상황 막기 위한 전술조치 나설 듯
합참 "한미당국, 北 도발시 필요한 대비태세 유지 중"
공군 F-16전투기. 2023.2.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최근 동해 상공에서 대북경계·감시임무를 수행해온 미군 정찰기를 향해 "격추" 운운하며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공군 전력 등을 동원해 미군 정찰기에 대한 "군사적 대응 행동"을 시도한다면 미군뿐만 아니라 우리 군도 우발상황을 막기 위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10~11일 이틀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국방성 대변인 명의의 잇단 담화를 통해 미군 정찰기의 최근 동해 상공 비행에 대해 이례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0일 오전 담화에서 미군 정찰기가 "공화국(북한)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을 수십㎞나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미 정찰기가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위협했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영공 침범' 주장은 "허위"라고 반박하자, 북한 김 부부장은 같은 날 오후 늦게 발표한 담화에서 미군 정찰기가 10일 오전에도 북한의 '경제수역' 상공을 비행했다며 구체적인 시간과 위치 등을 거론하는가 하면, 북한 공군의 '대응 출격'으로 이 정찰기가 퇴각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언급한 '경제수역'이란 '배타적 경제수역'(EEZ·영해 기선으로부터 200해리(370.4㎞)에 이르는 수역 중 영해(12해리·22.224㎞)를 제외한 수역)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11일 오전에도 재차 담화를 통해 "난 (최고지도자의)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 행동을 이미 예고했다"며 미 정찰기의 경제수역 상공 침범이 반복되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연이은 담화에서 "영공"과 "경제수역 상공"이란 표현을 번갈아 쓰긴 했지만, 미군 정찰기의 동해 상공 전개를 지속 감시해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레이더박스 등에 따르면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언급한 시간대에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동해 상공을 날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 로이터=뉴스1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한미 정찰자산이 "공해 상공에서 정상적인 비행활동을 했다"며 북한 측 주장을 반박했으나, 북한이 연이은 담화에서 "격추" "참변" 등의 표현을 쓰며 위협수위를 높인 만큼 앞으로 미군 정찰기가 북한에 인접한 동해 공해 상공을 비행할 경우 북한이 전투기 등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이 같은 무력시위를 벌인다면 우리 군도 주변 상공에서 초계 비행 중인 공군 전투기들을 보내 경고방송, 차단기동 등의 긴급 전술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계'(哨戒)란 적의 습격에 대비해 항공기나 함정을 배치해 경계하는 활동으로서, 우리 공군 초계기들은 교대로 24시간 비행하며 영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 정도에 따라 지상에서 대기 중이던 공중 전력들이 추가로 발진해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우리 군은 중국·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무단 진입하는 경우에도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상황에 대비한 전술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군 정찰기를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격추 등 무력화를 시도한다면 전투기가 아니라 지대공미사일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정보분석관은 "북한이 만약 지대공미사일을 여러 발을 쏜다면 요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물론 거리에 따라 미 정찰기에 대한 명중 여부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1일 브리핑에서 김 부부장 등 북한의 연이은 담화와 관련 "북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한미당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필요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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