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비만약 무단복제 美 업체 소송…"소비자 혼란·위험 초래"
국내 출시 예정…FDA, '안전성 위험 사례 보고' 경고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노보노디스크가 자사 당뇨·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물을 무단으로 만들어 판 미국 내 기업을 고소했다. 이들 약물은 비만 치료에 뛰어난 효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미국 보건당국은 모조품 노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무단복제 약물의 판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는 등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FDA, 미허가 세마글루타이드에 위험 경고
11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자사 인기 상품인 '위고비', 오젬픽, 또는 리벨서스의 성분 화합물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무단으로 함유한 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미국 플로리다주와 테네시주에 있는 약국 체인 기업 4곳을 연방법원에 고소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법원에 이들 약국이 세마글루타이드를 포함한 모조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차단하도록 요청하고 금전적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달에도 세마글루타이드를 함유한 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일부 비만클리닉, 의료용 스파, 약국 등을 고소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에서 독자 개발한 합성물이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호르몬 유사 타이드 약물 성분으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줄여 혈당을 떨어트린다. 또 동시에 간에서 당 분비를 감소시키고, 위에서 음식물 통과를 지연하도록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이번에 고소한 일부 모조품들은 활성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나트륨과 세마글루타이드 아세테이트염 등 다른 성분과 변형되거나 결합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합 과정에서 제품 내약성, 효능 등이 바뀔 수 있다.
FDA 또한 지난달 혼합된 형태의 세마글루타이드 판매에 대해 경고하며 잠재적으로 해로운 부작용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당시 FDA는 "규제받지 않은 무허가 출처에서 온라인으로 의약품을 구매하면 적절한 평가 또는 승인을 거치지 않았거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잠재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제품에 환자가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런 불법적인 마케팅과 판매 관행은 노보노디스크 상표를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잠재적인 안전문제뿐 아니라 소비자를 어지럽하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SNS 등 체중감량 입소문 나며 수요급증
세마글루타이드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구용 GLP-1제제 리벨서스라는 제품으로 처음 승인받았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주사제이며 리벨서스는 첫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이다.
2021년 처음 허가받은 위고비는 현재까지 미국에서 당뇨와 체중감량 치료제로 함께 적응증을 허가받은 유일한 약물이다. 현재 일라이릴리의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성분 티르제파티드)가 임상3상에서 당뇨뿐 아니라 비만에도 우수한 효능을 보였지만 아직 FDA 심사 중이다.
특히 위고비는 미국 유명 인사들이 사회관계망(SNS)이나 방송을 통해 언급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2023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55% 오르는 등 수요가 급등하면서 공급부족으로 노보노디스크가 미국 내 주요 판촉행사도 중단했을 정도다. 임상시험에서 위고비는 피험자 체중을 약 14.9% 감량해 주목받았다.
오젬픽은 비만 치료가 아닌 제2형 당뇨약으로만 승인을 획득했다. 하지만 위고비와 같은 성분을 쓰다보니 오프라벨 처방(허가 외 처방)으로 덩달아 수요가 급증했다.
◇위고비·오젬픽 국내 승인…곧 출시 예정
국내에서는 위고비와 오젬픽 모두 현재 출시를 준비 중인 만큼, 약물 불법조제 같은 문제는 없다.
위고비는 4월 식약처로부터 주 1회 투여하는 비만 치료제로 성인 환자 체중 감량과 체중 유지를 포함한 체중관리를 위해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 보조제로 허가를 획득했다. 비급여로 허가받았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정확한 출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내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젬픽은 지난해 4월 국내에서도 비만이 아닌 당뇨치료약으로 승인 받았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위고비와 달리 오젬픽은 급여 신청을 할 계획이다. 다만, 해외에서처럼 오프라벨 처방으로 비만 환자에 처방될 가능성은 있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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