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2명 정자교 붕괴 원인 '콘크리트 손상'… 노후시설물 안전 비상

정영희 기자 2023. 7.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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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보도부가 무너지며 1명의 사망자와 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정자교 붕괴사고의 주 원인이 콘크리트와 철근의 부착력 상실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후화 교량으로 인한 후속 사고를 막기 위해 각종 시설물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내놨다./사진=뉴시스
지난 4월 2명의 사상자를 내며 무너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붕괴사고의 주된 원인이 교량 노후화에 따른 콘크리트와 철근의 부착력 상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관리주체의 시설물 안전점검이나 보수·보강 등이 미흡했던 점도 붕괴를 막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30년이 경과한 시설물 정밀진단 실시를 의무화하고 중대결함 시설물의 보수보강 기한을 단축하는 한편 업무에 소홀한 책임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기로 했다.

11일 국토교통부는 오전 세종정부청사에서 지난 4월 발생한 성남시 정자교 보도부 붕괴사고 관련 캔틸레버 구조가 포함된 교량(이하 '캔틸레버 교량') 현황을 조사하고, 사고 원인조사 결과와 관련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5일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정자교의 측면 보도부 약 40m가 무너져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캔틸레버란 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되어 있는 보(수평부재)를 말한다.


1기 신도시 '캔틸레버 교량' 실태점검… 2개소 긴급점검 필요


국토부는 지난 4월14일 유사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의 캔틸레버 교량의 현황을 조사, 안전점검 실시를 요청하고 관련 조치를 지시한 바 있다. 전국 2만9186개 도로교량 중 캔틸레버 교량은 1313개로 지역별로는 경기도에 319개(24.3%)가 위치하며 비교적 작은 규모인 3종(100m 미만~20m) 등 교량이 813개(61.9%)였다. 안전등급 별로는 양호에 해당하는 B등급 교량이 936개(7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기 신도시의 전체 교량은 196개, 캔틸레버 교량은 56개(28.6%)였으며 대부분에 해당하는 51개소(91.1%)가 분당에 위치했다.

사고 이후 국토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관리주체에 소관 도로교량에 대한 안전점검을 요청했다. 국토부와 국토안전관리원, 경기도, 외부 전문가 등이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4개 1기 신도시(일산, 중동, 평촌, 산본)의 캔틸레버 교량에 대해 합동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2개소는 긴급점검, 1개소는 보수가 필요해 후속조치를 이행 중이다.

정자교가 위치한 성남시는 지난 4월 전체 교량에 대해 긴급 정밀안전진단을 실시, 총 24개의 분당구 탄천 횡단 교량 중 정자교 등 17개 캔틸레버 교량의 보도부를 재시공할 예정이다.


콘크리트 얼었다 녹으며 철근과 분리… 관련자 처벌 예정


정자교 붕괴사고의 원인조사는 수사기관의 조사와는 별도로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의 자체 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를 통해 진행됐다. 사조위는 민간전문가 포함 총 11명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지난 4월7일부터 6월30일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한 뒤 원인분석과 기술적 대책 제안이 이어졌다.

사조위는 붕괴의 직접적 원인으로 도로부 하부 콘크리트와 캔틸레버부 인장철근 사이의 부착력 상실을 지목했다. 정자교 콘크리트 코아채취와 재료시험 결과 도로부 콘크리트가 동결융해와 제설제에 의해 손상돼 캔틸레버부를 지지하는 철근의 부착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결융해란 콘크리트에 수분이 침투한 상태에서 0℃ 이하가 되면 얼기 시작하고 0℃ 이상이면 녹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콘크리트가 손상을 입는 현상을 말한다.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 17개 중 평균압축강도는 최소 25.5MPa(25.5톤/㎡ 하중을 견디는 힘), 최대 41.0MPa 수준으로 설계기준강도 40MPa의 82%(평균 32.7MPa, 기준이하 14개) 수준이었다. 현장조사 결과를 반영한 구조해석 결과 정자교 도로부 슬래브는 안전율(1.0)을 확보하고 있으나 캔틸레버부(보도부)는 콘크리트 상면에서 아래쪽으로 약 13cm까지 층분리나 염해에 해당하는 열화(劣化)가 진행돼 캔틸레버 부분의 처지려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파괴된 것으로 분석됐다. 표면에서부터 내부 11.8cm 이상 깊게 콘크리트가 열화되면 콘크리트와 철근 간 부착력이 소실될 수 있다.

점검과정에서 포장 균열과 캔틸레버 끝단 처짐, 동결융해로 인한 균열, 파손, 슬래브 하면 백태와 우수유입 증가 등이 관측·보고됐지만 이에 대한 원인분석과 관련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적시의 보수·보강 조치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자교 보도부 붕괴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생했으며 최종적으로 붕괴에 이른 시나리오는 ▲도로부 포장 노후화 ▲열화요인 작용(물리·화학적) ▲콘크리트 열화 ▲철근 정착력 감소 ▲정착력보다 인발력 과다 ▲철근 빠짐 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종적인 사고원인과 관련자 처벌을 위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으로, 수사결과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 및 관련업체 등에 대한 행정처분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중대 결함 시설물 보수기한 단축… 점검 미흡 시 책임자 처벌 강화


국토부는 지난 4월12일 정자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구조·진단 전문가를 포함한 총 13인의 '시설물 안전점검·진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했다. TF는 시설물 관리주체와 점검수행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시설물 관리체계를 고도화하는 등의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먼저 관리주체에 상시관리 의무를 부여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 제6조에 명시된 시설물 안전·유지관리계획에 상시관리 계획이 포함되도록 하고 표준계획서를 배포해 관리방법을 안내하는 한편 단가계약 활용을 유도하도록 했다. 올해 하반기 내로 상시관리 의무와 인력·재원 확보노력 등을 시특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중대 결함이 발견됐거나 D(미흡)·E(보수)등급을 받은 시설물의 보수기한은 줄이고 벌칙 강화를 추진한다. 현행 2년의 보수보강 계획과 3년 내 완료로 규정된 보수기한을 계획 1년과 보수 1년(소명 시 연장 가능)으로 단축하며 중대결함 방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2년 이내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오는 18일에는 저가발주 개선을 둘러싼 대책 마련 자문회의가 구성된다. 지난달부터 오는 2024년 1월까지는 저가발주 해소 방안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점검 수행자 역할도 보다 강화된다. 올해 하반기 내에 30년이 경과된 2종(도로교량 기준 500m 미만~100m)과 3종 시설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내년까지 정기안전점검 방법과 절차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안전등급 산정기준에 강도 등 자재 품질을 추가 시험하는 대상을 추가하고 콘크리트 강도에 따른 제설제 유형 제한 기준을 신설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정기안전점검 책임기술자 자격요건이 초급에서 중급으로 상향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학사(학력)과 기사 자격 취득을 통해 정기안전점검 책임기술자로 근무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여기에 1년6개월의 경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점검·진단에 드론·로봇·영상 분석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대가기준도 마련한다.

시설물 관리체계가 고도화된다. 2024년 상반기 교량 등에 수도관·하수도관 등 점용물 설치·허가 시 구조계산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구조안전 확인 절차가 마련된다. 시설물에 QR코드를 부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안전등급·과태료 부과·중대결함 보수 여부 등을 고려한 지자체별 시설물 안전 평가결과를 내년 공표한다. 올 하반기부턴 주요 시설물 점검 미실시 등에 대한 과태료가 최대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이번 정자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노후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시설물 안전관리체계 전반에 걸쳐 관련 제도를 신속히 보완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여 철저히 이행하도록 지속해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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