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택 "'유령' 첫 등장, 목소리로 압도…가면 쓰면 힘 솟아요"[문화人터뷰]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뮤지컬 배우 김주택으로 불리는 게 급선무죠. 하하"
유럽 오페라 무대를 누비며 이탈리아 전설의 바리톤 피에로 카푸칠리에 버금가는 '동양의 카푸칠리'로 불려온 바리톤 김주택. 하지만 더 이상 '동양의 카푸칠리'만이 그를 수식하지 않는다. '팬텀싱어'의 '미라클라스'부터 '오페라의 유령'까지 크로스오버에 이어 뮤지컬로 장르의 벽을 허물며 그는 여전히 항해 중이다.
언젠가 뮤지컬을 한다면 '오페라의 유령'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이 됐다. 2021년 때마침 뜬 오디션에 지원했고, 합격 통보를 받곤 놀라움과 동시에 두려움이 앞섰다. 지난달까지 3개월간 부산 공연으로 뮤지컬 데뷔 무대를 치른 김주택은 오는 21일부터 서울 관객을 만난다.
최근 서울 양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시 또 설렌다. 부산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쾌활하게 웃었다.
첫 공연 끝난 후 다리 풀리고 눈물 펑펑…"뮤지컬에 맞게 덜어내려 했어요"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2009년 이탈리아 예지 페르골레지 극장에서 '세비야의 이발사'로 데뷔해 수많은 오페라 무대에 올랐던 그다. 노래와 연기를 한다는 공통점에서 뮤지컬이 낯설지 않을 법한데, 처음엔 당황도 했단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확연히 발성의 차이가 있어요. 비슷한 점도 많지만, 뮤지컬은 마이크를 쓴다는 게 가장 큰 차이죠. 오페라는 발성에 집중하며 약간 거칠다면, 뮤지컬은 가사부터 숨소리까지 감정을 전달하며 더 섬세하죠. 처음엔 당황스러운 면도 있었어요. 오페라에서 하던 대로 했는데 사람들이 (소리나 동작이) 너무 크다고 했죠. 부담스럽지 않게 많이 덜어내려 했어요."
'유령' 역으로 함께 출연 중인 조승우에겐 대사나 동작 하나하나 연기를 하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2001년 한국어 공연의 초대 유령이었던 윤영석에게도 꿀팁을 전수받았다. "변화되는 모습에 저 스스로 희열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그만의 '유령'이 차곡차곡 만들어졌다. 웅장하고 짙은 음색으로, 목소리로 처음 등장하는 유령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다. "귀를 딱 집중하게 만들어야 했어요. 목소리만 등장하기에 압도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김주택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어떻게 첫 소절에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성악으로 100% 할 것인가 가사를 꽂아 넣듯 할 것인가 여러 궁리를 했는데, 지금은 그 답을 찾았어요."
가면을 벗고 감정을 토해내는 마지막 장면도 숙제였다. "민낯이 드러나고 유령이 본모습으로 감정을 쏟아내야 하죠. 음악적으로도 흥분이 쉽게 되는 장면인데, 서사를 표현할 시간은 충분치 않아요. 그 지점을 연결하는 부분을 다듬고 또 다듬었어요. 더 이상 감출 필요가 없어서 노래하면서 제일 통쾌한 신이기도 하죠."
'오페라의 유령'을 상징하는 가면을 쓸 때면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가면이 주는 무게감이 있어요. 그리고 힘이 나죠. 가면을 벗으면 해방감도 있지만, '삼손과 델릴라'에서 삼손이 머리카락을 잃고 힘을 쓸 수 없는 것과도 같죠. 3개월을 연기하니까 가면을 쓸 때와 벗을 때 감정 변화가 절로 생겨요."
"오페라와 뮤지컬 모두 하는 음악인으로…강줄기 모여 김주택이라는 바다로"
"저 자신이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 먼저 찾아가자 싶었어요. 큰물에 있어야 고기도 잘 잡힌다고 하잖아요. 음악은 결국 하나의 장르에요. 음악 안에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방출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또 뮤지컬 팬들이 제게 호기심을 갖는다면 제 시작인 성악과 클래식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둘 수 있죠."
주목받는 성악가였던 그가 '팬텀싱어'에 출연했을 당시 주변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걱정하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부딪쳤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캐스팅이 공개된 후에야 조심스레 어머니께 말을 꺼냈는데, 궁금해하며 지지해줬단다. 부산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공연도 관람했다.
아내도 그의 공연을 13번이나 봤다. 부산 공연 회차의 거의 절반이다. 변호사로 일하는 아내는 한때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오페라의 유령' 재연 당시 오디션도 봤다. "아내가 처음 본 공연이 '오페라의 유령'이에요. 과거 오디션에 떨어져 아쉬움이 남아있었는데, 13년여 뒤에 남편이 '유령'을 하게 되니까 엄청 좋아했죠. 더 각별하게 느껴져요."
뮤지컬 세상을 밟게 된 김주택은 앞으로 더 깊이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를 전환점으로 한 장르에 머무는 게 아닌 '음악인 김주택'으로 계속 흘러가고 싶다고 밝혔다.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승우 형님이 그런 말을 해줬어요. 오페라도 하고 뮤지컬도 하는 유일무이한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고요. 성악이 꼭 아니어도 숨이 붙어있는 한 감동을 주는 노래를 계속하고 싶어요. 고여있는 물이 아닌, 계속 흐르는 강 같은 사람이 되고 싶죠. 오페라, 뮤지컬, 팬텀싱어 등 각각의 강줄기가 하나하나 모여 저라는 바다가 되는 거죠."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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