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우크라에 제공하려는 '이스라엘식 안보 보장'이란 [딥포커스]

김민수 기자 2023. 7. 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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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식 모델, 법적 구속력 없고 모호하지만 강력한 군사적 지원 제공
'나토 합류'보다 러 덜 자극하는 방안…평화 협상과 함께 추진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장기적인 안보 보장 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중 나토 합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외신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유럽 외교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 보장을 위한 공동 프레임워크를 마무리 짓고 있으며,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후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나토 가입을 원했었다. 그 이유는 '나토 헌장 제5조'를 적용받아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강화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나토 헌장 제5조는 '특정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합류한다면 곧 회원국 전체가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쟁을 끝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장기 안보 보장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우크라이나와 지난 몇 주 동안 협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에는 평화 기금을 통해 무기 지원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인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이스라엘식 안보 보장을 제공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사례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2023.6.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스라엘식 안보 보장이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이유는 중동에서 팽창하고 있던 소련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르러서 비공식적인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중동에서 소련을 견제하고 미국 주도의 지역 질서를 수립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의 특징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정식 동맹국이 아닌 '준 동맹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나토 헌장 5조와 같은 안보 보장을 전제하는 동맹을 이스라엘과 맺지 않았다.

공식적인 조약상의 약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스라엘에 서면으로 안보 보장을 약속했다. 1975년 미국은 "이스라엘의 생존과 안보에 대한 미국의 오랜 헌신"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 의회의 승인과 지출 범위 내에서 군사 장비 및 기타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1981년에는 추가로 공동정치군사계획단, 공동안보지원계획단, 공동경제개발단을 통해 더욱 긴밀한 미-이스라엘 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은 구속력이 없으면서 내용이 모호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나토 헌장 5조는 특정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이를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회원국이 직접 싸워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약속을 "철통과 같다"고 표현하지만, 나토 헌장 5조가 곧 미군의 개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과 나토 동맹에 있어서 미국의 안보 보장 신뢰성은 조약의 '말'이 아닌 '행동'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강력한 정치적 지원과 수십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제공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실제로 이스라엘을 "주요 비(非)나토 동맹국이라고 지칭하면서 군사적·정치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조약이 아무리 법적 구속력이 없고 모호하더라도 미국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는 무너질 수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군 기지에 배치된 신형 방공망 데이비드 슬링. <자료사진>ⓒ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 우크라이나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을 맺는다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우크라이나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사실상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 모델을 구축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앞서 양적 열세를 보완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첨단 장비를 제공해 왔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유사하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의 수적 열세를 상쇄하기 위해 주력 전차 등 첨단 무기를 지원해 왔다.

나아가 이스라엘식 모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협상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평화 협상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원조를 꺼내 들었다. 이와 유사하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안보 보장은 곧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장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식 모델이 나토 동맹과 비교해 가지는 장점은 러시아를 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전문가들은 휴전 협정을 맺더라도 러시아에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으로 맺어진다면 결국 러시아가 다시 침공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와 동시에 이스라엘식 안보 보장은 결국 우크라이나를 사실상의 나토 회원국으로 간주하게끔 만들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오히려 분쟁이 깊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의 물꼬가 트이지 않은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영토를 양보하면서 협상에 나설 의향이 없다고 재차 밝히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스라엘식 안보 보장을 약속한다면 분쟁이 해결되기보단 더 확대될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일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스라엘식 안보 협정을 적용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을 종식하는 계획과 함께 고려해 가면서 진행해야 할 것이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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