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온 진실 속속 드러난다···“러시아 전사자 4만 7천명”
러시아군 전사자 규모 추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 군인이 4만7000명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그동안 러시아 정부가 전사자 규모를 숨겨왔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사망자의 재산 상속 통계 분석을 통해 전사자 규모가 드러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와 메디아조나는 독일 튀빙겐대의 데이터과학자와 함께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전에서 숨진 러시아 군인의 수를 분석한 결과 최대 4만70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메디아조나와 BBC 러시아어 서비스는 SNS와 러시아 정부 상속 통계를 활용했다. SNS 게시물과 공동묘지 사진을 토대로 전사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이름만 노출된 사망자의 신원을 개별적으로 확인했다. SNS를 통해 확인된 러시아 전사자는 2만7423명이었다.
SNS에 노출되지 않은 전사자들은 러시아 정부의 상속 통계를 이용해 추산했다. 메디아조나와 메두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체 사망자를 추산하던 초과사망 개념을 이용했다. 초과사망은 팬데믹 때 보건 기반시설이 열악해 감염자 수가 파악되지 않거나 정권이 정치적 이유로 보건통계를 조작하는 국가에서 실제 사망 규모를 파악하는 데 널리 활용됐다. 상속 기록 등을 활용해 추산하는 방식이다.
상속 사건 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22년 15∼49세 남성의 상속 건수가 평균보다 2만5000건 더 많았다. 2023년 5월27일까지는 최대 4만7000건이나 더 많았다. 이들 남성에게서 사망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전사자를 가리키는 수치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독일 튀빙겐대학의 데이터 과학자 드미트리 코박은 러시아 공식 통계기관 로슈타트로부터 연령별·성별로 세분화한 2022년 사망률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50세 미만 남성 사망은 예상보다 2만4000명 더 많았는데, 이는 상속 데이터의 분석과 일치했다.
데이터 과학을 토대로 한 러시아군 전사자 수는 러시아의 공식 발표와 크게 다른 수치다. 지난해 러시아 정부는 전사자가 6000명 정도라고 한차례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에 분석된 러시아군 전사자 규모는 미국 정부의 추산치와 대체로 비슷하다. 백악관은 올해 5월 분석에서 러시아 병사가 지난해 12월 이후 2만명 더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미국 국가정보국(DNI) 기밀문건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러시아 전사자는 3만5000∼4만3000명으로 추산됐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2월 러시아군 전사자 규모를 4만∼6만명으로 추정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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