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은 보험사기방지법·청구간소화법
보험사기 금액 95%가 손보사에 집중
실적 명암 엇갈린 손보·생보, 차이 더 벌어질 듯
지난해 수익이 크게 늘어난 손해보험사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실적 개선 흐름을 유지할 만한 발판을 확보했다. 오랜 기간 손보사들의 숙원이었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과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이 잇따라 국회 문턱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몇 년간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신규 가입이 줄어 고전해 온 사이 손보사들은 장기 보장성 보험 등의 가입 증가로 성장세를 보였다. 보험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의 실적 개선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 등의 통과로 이런 업종 간 희비가 더욱 뚜렷하게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법안소위 통과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4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개정되는 것은 지난 2016년 이 법이 제정된 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주로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사전 대응을 강화하고 적발 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청 산하에 금융 당국이 참여하는 보험범죄 합동대책단을 두고, 사기가 적발될 경우 편취 보험금을 환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한 강력범과 이에 가담한 보험업 관계자에 대한 가중처벌 등도 개정안에 담겼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해 시행될 경우 특히 손보사들의 실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보험사기 범죄의 대다수가 자동차보험 등 주로 손보사들이 많이 취급하는 상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손해보험 관련 보험사기 금액은 전체의 94.6%에 해당하는 1조23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손보사들의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 적발금액은 4705억원으로 전체의 43.5%를 차지했다.
지난달 15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 역시 손보사들이 주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전체 실손보험 시장에서 손보사의 비중이 80%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실손보험 청구는 가입자가 병원으로부터 발급받은 서류에 치료 내역 등을 작성해 보험사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산화 시스템을 통해 보험사에 자동으로 전달된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과 달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은 당장 보험사들의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산화를 통한 자동 전송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 자료 입력이나 검증, 가입자를 위한 상담 등을 위해 필요한 인력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손보사는 실적 우상향, 생보는 부진
최근 국회 문턱을 넘어선 두 법안이 주로 손보사들의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면서, 손보와 생보 두 업종 간 실적 차이는 계속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들의 전체 순이익은 5조47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6% 증가했다. 반면 생보사들은 같은 기간 6% 감소한 3조7055억원을 기록했다. 생보가 일반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 등의 신규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손보는 장기 보장성 보험의 성장으로 매년 수익이 늘고 있다.
손보사들은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에서의 보험금 지급 증가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백내장 과잉진료와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 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면서 손해율도 개선됐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으로 손해율이 더 내려가 보험금 지급 누수가 줄어들 경우 손보사들의 수익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 계열의 두 보험사 주가만 봐도 삼성생명이 연초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삼성화재는 16% 이상 오르지 않았느냐”며 “국회 보험 관련법 통과 호재도 주로 손보사들이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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