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 가능해진 하반기 IPO 시장···대어 나오면 ‘증시 자금 블랙홀’?
‘따따블(공모가의 4배 상승)’이 가능해진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어급 신규 상장 종목이 나올 경우 증시 투자금을 대거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IPO 기업은 63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133개), 2001년(69개), 2002년(113개)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IPO 종목들의 공모가 대비 시가 수익률은 72.4%로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얼어붙었던 IPO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상장을 망설이던 기업들의 IPO ‘러시’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IPO 청구 기업이 약 60개고 승인을 받고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도 20개 이상”이라며 “IPO 추진 기업들의 성공여부와 진행 상황에 따라 대어급 기업의 추가 상장 추진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B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약 60개사가 상장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달 구체적인 상장 일정(예정)을 밝힌 기업은 현재까지 필에너지(17일), 센서뷰(19일), 뷰티스킨(25일),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26일) 등 4곳이다.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 제한폭이 확장됨에 따라 대어급 종목이 새로 상장할 경우 자금을 대거 흡수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26일부터 시행된 거래소 시행세칙에 따르면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은 공모가 기준으로 현행 63~260%에서 60~400%로 확대됐다.
박세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하반기는 코스닥 IPO 시장의 과열 구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상장 가격제한 폭 확대(60-400%)로 인해 상장 당일 수급이 몰리면서 시가 수익률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블랙홀 현상을 우려했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다. 유가증권시장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이 특정 부문에서 영향력이 큰 종목이 신규 상장할 경우 펀드들이 다른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해당 종목을 일제히 편입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 블랙홀 현상을 보인 종목은 아직 없었지만 하반기에 SK에코플랜트, SGI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두산로보틱스, 노브랜드 등 대어급 종목들이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5조∼6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상장 시 하반기뿐만 아니라 올해 ‘최대어’로 평가 받고 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어급 종목이 신규 상장될 경우 회전율 상승, 거래대금 쏠림 현상으로 인해 시장 전체의 수급 블랙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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