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과 블랙핑크는 왜 ‘전세기’를 탈까

조유빈 기자 2023. 7. 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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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 없는 대기업·해외 공연 많은 엔터사가 전세기
멤버십 가입시 연회비 7억원, 국제선 시간당 이용료 2800만원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주요 그룹 오너나 CEO, 유명 연예인들은 해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전용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적으로 전용기를 운영하지 않는 기업은 전용기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적기 중 전용기 사업을 하는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비즈니스 젯'이라 불리는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하는 대표 고객은 삼성과 YG엔터테인먼트다. 대한항공은 삼성과 지난해 전세기 임차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블랙핑크 월드투어 공식 후원 항공사가 됐다.

대한항공이 운영하고 있는 전세기인 글로벌 익스프레스 XRS. 다른 전용기와 달리 장기 계약 형태로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고객은 이용할 수 없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삼성에 전용기가 없는 이유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많은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 전세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SK, 현대차 등 다른 그룹과 달리 삼성이 전용기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관련 기사-총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대기업 전용기의 세계). 과거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하루 200명 이상 하늘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출장이 빈번했다. 사장단이나 임원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동행하는 일반 사원도 전용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설명회나 해외 행사 등 일정이 많았던 만큼 삼성이 보유하고 있던 전용기 3대의 스케줄도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현재 삼성에는 전용기가 없다. 2015년 전용기 3대와 전용 헬기 6대를 모두 대한항공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에 소속돼 있었던 운항팀 조종사와 승무원, 정비인력도 모두 대한항공 소속이 됐다. 당시 전용기 매각 대금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용기 가격만 600억~700억원 선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전용기 매각이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비용 절감의 일환이라는 시각과 함께,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그룹이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용기는 그 가격 자체도 수백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싼 데다 막대한 유지비까지 든다. 대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용기를 정비하거나 주기하려면 격납고를 이용해야 하는데,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기준으로 항공기 크기에 따라 하루 200만~350만원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하고, 이·착륙에 필요한 조명료, 비행기를 정비하는 비용도 추가로 든다. 조종사를 비롯해 승무원, 정비인력 인건비도 발생한다. 전용기 3대를 운영하고 있는 SK그룹이 지난해 말 밝힌 '업무용 항공기 공동관리계약' 공시를 토대로 추산하면 항공기 한 대당 운영비는 연간 100억원에 육박한다. 전용기 구입 비용과 유지비를 고려할 때, 필요할 때마다 전세기를 대여해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막대한 운영비 부담에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 접근할 수 있다는 효용성 때문에 일부 그룹은 전용기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SNS를 통해 블랙핑크가 이용한 전세기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대한항공 공식 인스타그램
대한항공은 지난 6월 SNS를 통해 블랙핑크가 이용한 전세기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대한항공 공식 인스타그램

YG엔터-대한항공, 올해 MOU 맺어

전용기를 이용할 경우 전용 수속 시설을 통해 5분 이내에 신속하게 출입국 수속이 가능하다. 최우수 전담 승무원과 정비사, 항공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운송팀이 여행의 전 과정을 동행하며 케어하고, 일등석 이상의 기내식과 주류를 제공한다. 승객의 선호도나 알레르기 여부 등을 반영한 맞춤형 메뉴 구성도 가능하다. 터미널에 도착해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 전담 의전 서비스도 제공된다. 인력과 서비스 등 운항에 수반되는 모든 과정을 전용기 운영 회사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해외 공연이 잦은 아티스트들을 보유한 엔터테인먼트사도 파트너십이나 협약을 통해 전세기를 이용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SM C&C를 통해 비스타젯과 협약하고 있다.

빠른 이동이 보장되고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는 점은 해외 각지에서 콘서트를 소화해야 하는 톱 아티스트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BTS와 블랙핑크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이 브랜드 행사에 참석하거나 해외 공연을 하기 위해 전세기를 이용하면서 PJS(Private Jet Service), 비스타젯 등 전세기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BTS는 월드투어 당시 전세기를 타고 각국을 오갔는데, 공식 트위터를 통해 비행기 내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BTS가 이용한 전용기는 미국에 본사를 둔 PJS로, 음악 행사나 스포츠 이벤트 등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행사에 전용기를 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블랙핑크는 월드투어 일정 동안 독일 에어함부르크사가 운영하는 엠브라에르 리니지1000을 이용하며 지구를 한 바퀴 넘게 이동했고, 티켓 판매로만 1045억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올해 블랙핑크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대한항공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대한항공은 블랙핑크 월드투어 공식 후원 항공사가 됐다. 대한항공은 비즈니스 젯으로 걸프스트림 G650ER과 보잉 비즈니스 젯, 글로벌 익스프레스 XRS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블랙핑크 멤버들이 이용한 전용기 내부 사진과 함께 걸프스트림 G650ER 전용기 사진을 공개하면서 대한항공의 전세기 서비스를 알렸다.

업계 최장거리를 운항하는 걸프스트림 G650ER에는 13개 좌석이 있다. 침실과 VIP석으로 이뤄진 퍼스트 존, 침대형 좌석이 있는 비즈니스 존으로 구성된 보잉 비즈니스 젯은 16~26석으로 좌석 변경이 가능하다.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빠르게 비행할 수 있는 글로벌 익스프레스 XRS는 13개 좌석으로 운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걸프스트림 G650ER과 보잉 비즈니스 젯은 멤버십이나 단발성 계약 형태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글로벌 익스프레스 XRS는 장기 계약 형태로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전세기를 이용하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계약 의뢰가 오면 내용에 따라 가격을 책정해 진행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계약 금액은 대외비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공개된 가격을 통해 전세기 이용 비용을 추산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용기 운영사인 비스타젯의 경우 목적지나 이용 프로그램에 따라 비용은 달라지지만 시간당 1만4000달러(8인승 챌린저350, 1인 기준 약 1800만원)로 시작한다. 대한항공의 비즈니스 젯의 경우 연회비는 7억원으로 총 30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시간당 이용요금은 국제선 480만원, 국내선 290만원이다. 국제선으로 30시간을 이용할 경우 가입비 7억원을 포함해 8억4400만원, 시간당 2800만원 이상이다. 비즈니스 젯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고 시간당 4000만원으로 단발성 이용도 가능하다.

[관련 기사] 
총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대기업 전용기의 세계
http://www.sisajournal.com/news/userWriterArticleView.html?idxno=267330

이재용과 블랙핑크는 왜 '전세기'를 탈까
http://www.sisajournal.com/news/userWriterArticleView.html?idxno=267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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