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총선 깃발론’ 굳힌 친명…‘공천 학살’땐 분당론 불붙을 수도[허민의 정치카페]

허민 기자 2023. 7.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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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민주당 총선 전략
李, 불체포특권 포기해 주도권 확대… 오염처리수로 反日·反尹 정서 자극, 여당+α 의석 목표
‘질서 있는 퇴진론’은 폐기 수순… 사법리스크 재연·비명 집단반발·與 공천혁신 등 변수로

더불어민주당 친명 그룹이 후쿠시마(福島) 오염처리수와 민생 이슈를 집중 제기하면서 ‘이재명 깃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을 사실상 굳혔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질서 있는 퇴진론’과 비상대책위 설치 아이디어는 폐기 수순으로 들어갔다. 총선 목표는 원내 제1당, 즉 ‘여당+α’ 의석 확보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되살아나고 계파 갈등이 수습되지 않는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친명 지도부가 분당을 각오한 ‘공천 학살’을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방탄의 저주’ 끊기

이재명 대표는 지난 6월 19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지난 2월 27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한 체포동의안을 거당적으로 부결시킨 데서 완전히 뒤바뀐 입장 천명이다.

이 대표가 대선 직후 안팎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 ‘검수완박-국회 입성-당권 장악-체포동의안 부결’ 등 일련의 방탄 행보를 해온 가장 큰 이유는 형사사법 처리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방탄의 저주’는 정부·여당의 온갖 악재에도 민주당 지지율을 고작 30% 안팎에 머물게 하는 극심한 정체 현상을 만들어냈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이 같은 지긋지긋한 방탄의 저주를 끊어내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도, 2027년 대선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타’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함으로써 저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또, 이를 통해 당내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총선에 대비해 이재명식 혁신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점을 확인하려는 생각도 엿보인다.

재판 과정에서 더 이상 특별한 것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또한 특권 포기를 이끌어낸 요인이 됐다. 친명그룹의 초선 A 의원은 “법조인 출신인 이 대표가 검찰 수사와 재판 진행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유죄를 비켜 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낙(친이낙연)의 B 의원도 “걱정할 만한 뭔가가 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특권 포기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의 키 맨 유동규 씨의 법정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언론 기사를 인용하며 “엉터리 증거”라고 평가하는 등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총선 이슈와 전략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확실히 이 대표의 정치적 공간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이재명 깃발로 총선을 치르자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A 의원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내년 총선까지 절대 내려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비명인 B 의원도 “내년 22대 총선 지휘는 이재명 대표가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이재명 체제로 압승할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이후 비명은 물론 친명 일각에서도 제기돼온 ‘질서 있는 퇴진론’(문화일보 3월 14일자 ‘허민의 정치카페’ 참조)은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당 과도체제의 소프트 랜딩을 위한 ‘질서 있는 퇴진론’을 처음 주장했던 친명 핵심 C 의원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C 의원은 “재판 과정을 통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 이상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여론도 잦아들었다”면서 “질서 있는 퇴진론이 번복돼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체제 유지 결론은 당내 역학 구도의 산물이기도 하다. 총선을 이끌 지도자로 당내에서 이 대표를 대신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친낙의 중심인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세력과 명분과 타이밍을 온전히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재명 총선 깃발론’은 야당 내 대안부재론과 결합해 있는 셈이다. 이 대표의 연임 도전설도 이런 맥락에서 흘러나온다.

민주당은 민생과 오염처리수 양대 이슈를 총선까지 끌고 갈 생각이다. 특히 반일감정과 반(反)윤석열 정서를 극대화할 사안으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만 한 이슈가 없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이동관 임명 강행 시 방송 장악 파문, 최저임금 인상 억제 등과 함께 내년 총선까지 계속 쟁점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판세 분석과 변수

국민의힘이 전통적으로 우세한 TK(25석)와 PK(40석) 등 영남지역 의석수는 65석으로, 민주당 표밭인 호남지역 28석의 두 배 이상이다. 현재의 고만고만한 양대 정당 지지율 상황에서 강원(8석), 제주(3석), 충청(28석)과 비례대표(47석)를 엇비슷하게 나눠 갖는다고 가정하면, 민주당은 수도권 121석에서 국민의힘보다 40석가량 더 가져와야 제1당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수도권에서 80석 가까이 확보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여야 수도권 의석수는 민주당이 103석, 국민의힘이 16석이다. 친명 중진 D 의원은 “수도권 의원들이 걱정하는 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내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며 “현재의 수도권 우세를 잘 지켜내면 무조건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 의원은 “이재명 체제로 치를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획득까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때 힘을 얻었던 비대위 구성 안도 점차 묻혀간다.

물론 변수는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죽은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비명 중진 E 의원은 “총선 전 대북송금 문제 등과 관련한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 문제가 한두 번 더 당을 뒤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계파 갈등 역시 고질적이고 폭발적인 변수다. 비명그룹 내부에서는 여전히 이 대표의 ‘올해 내 퇴진’ 목소리가 많다. 비명 초선 F 의원은 “이 대표 체제로 총선까지 간다면 분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이 ‘전략적 허용-자객 공천-거점 확보’의 그림 아래 수도권에 스타군단을 집중 배치한다면 총선은 승패를 전망하기 어려운 형국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통합과 분당 사이

이 대표가 총선 후 대표 연임 도전에 나설 수도 있다는 소문은 계파 갈등의 폭발성과 민주당의 내파(內破) 가능성을 더해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살아나고 당내 동요가 격렬해지면 친명 지도부는 비장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타 계파 후보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공천 학살’의 칼을 들이댈 경우, 이는 거꾸로 잠재된 분당론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질서 있는 퇴진’은 강제적 퇴장이 아닌, 본인 스스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퇴장한다는 뜻.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우려되는 속에서 당 체제를 새롭게 하기 위한 취지로 제기됐던 논리.

여기서 ‘공천 학살’이란 민주당 친명 지도부가 비주류 반명·비명 후보를 총선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키는 것을 말함. 분당을 각오한 것으로, 계파 갈등이 심화할 경우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

■ 세줄 요약

‘방탄의 저주’ 끊기 :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해 ‘방탄의 저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총선 주도권을 잡겠다는 점도 확실히 함.

총선 이슈와 전략 : 특권 포기 선언 이후 ‘이재명 총선 깃발론’에 대한 당내 공감대 확산. ‘질서 있는 퇴진론’도 폐기 단계. 민주당은 민생·오염처리수 이슈로 反日·反윤석열 정서를 자극해 총선까지 가겠다는 전략.

판세 분석과 변수 : 민주당 총선 목표 의석은 ‘여당+α’. 하지만 사법 리스크 재연, 비명 집단 반발, 여당의 공천혁신 등이 변수로 작용. 친명이 ‘공천 학살’의 칼을 들이댈 경우, 잠재된 분당론이 불붙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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