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공사 옆 건물 'E등급'…"행정기관, 직무 유기" 비판

대전CBS 김미성 기자 2023. 7. 11.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전진단 보고서 "조속한 철거로 안정성 확보해야"
1년째 폐쇄된 비상계단, 철거 시작도 못 해
상인들 "발주처 대전시의 피해 대책 대응 미흡" 질타
대전시 "시공사가 건물 보수…상인에 영업 손실 구제 방안 안내"
바닥이 갈라지고 벽면에 균열이 간 상태. 봉을 세워 지지 중인 모습. 김미성 기자

최근 마무리된 대전 신·구 지하상가 연결 공사와 관련해 목척교 인근 건물의 일부가 구조안전진단 결과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서 철거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물주와 시공사 측이 보상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철거는 1년 넘게 시작도 못 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023. 7. 5 [르포] 대전 지하상가 연결 공사장 인근..땅 꺼지고 벽은 '쩍쩍')

대전CBS가 확보한 목척교 인근 A 건물의 2차 구조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이 건물의 종합평가등급 판정은 'B'지만, 현재 폐쇄된 증축부 계단실은 'E'에 해당했다. E 등급은 진단상 최하위 등급으로,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보고서는 '이 건물의 계단실 철거가 시급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안전진단을 맡은 B 기관은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장 조사에서 건물 외부와 토목 등에 균열이 있고, 건물 안에서는 근처 건물과 연결되는 곳에 상당수 갈라지고 틈이 생긴 것이 확인됐다.

특히, 지상 4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증축부 계단에 큰 균열이 나타나는 등 안전을 위해 증축부 계단실은 서둘러 철거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A 건물 내부 균열. 김미성 기자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긴 원인으로는 이번 지하상가 연결 공사를 꼽았다. 보고서를 보면 "측정 결과의 경향이 공사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침하한 것으로 나타나, 이는 공사의 영향으로 인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명시했다.

이 건물 대한 안전진단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는데, 1차 안전 진단 당시보다 2차 안전 진단에서 균열과 파손이 더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계단실의 철거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비상계단은 1년 넘게 폐쇄된 채 유지되고 있다. 건물주와 시공사 측의 보상금 문제가 접점을 찾지 못했고,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공사 측은 공사 기간 소음 기준치를 넘기면서 관할 구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도 받았다.

지난 2021년 12월 9일 생활소음 규제기준인 기준 70dB을 초과한 71dB의 소음도가 측정되면서 시공사 측은 60만 원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또 같은 달 29일에는 80dB로 생활진동 규제기준을 초과, 1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지난 10일 역전지하상가와 중앙로지하상가가 연결된 모습. 독자 제공


대전시는 신·구 지하상가가 연결되면 이용객들의 보행 편의 확보와 해당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일부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이곳에서 수십 년째 영업 중인 상인들의 말은 전혀 다르다.

수십 년째 이곳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상권을 살리려면 그 지역에 살면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의견을 물어하는데, 대전시의 이번 공사는 이곳 상인들 의견에는 관심 없이, 보기에만 좋은 걸 하려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특히 상인들은 피해 대책과 관련해 발주처인 대전시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달 대전시와 시공사, 이곳 상인들이 모여 회의를 가졌다"면서도 "피해를 이야기했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거나 알아보겠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또 "공사가 진행되는 몇 년 동안 상인들과 전혀 소통을 하지 않다가, 준공을 앞두고 대전시가 부랴부랴 회의를 열었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소송한 분에 대해서는 따로 의견을 안 드렸고, 나머지 분들에게는 시공사의 보험을 통해 현금 보상 등을 하기로 했다"며 "영업 손실 등에 대해서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할 방안도 안내드렸다"고 했다.

이어 "공사 진행 과정에서 (상인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뵌 적은 있으나, (소통에 대해) 소홀한 것은 인정한다"며 "정식적으로 그런 회의를 연 건 처음이 맞다"고 덧붙였다.

비상계단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 김미성 기자


특히 A 건물의 경우 1년 넘게 비상계단이 폐쇄되면서 소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시공사 측은 "화재, 비상상황을 대비해 임시폐쇄구간 내 비상출입문을 별도로 설치했다"고 해명한 바 있지만, 시공사 측에서 설치했다는 비상 출입문에는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앞쪽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가 붙어있다.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채진 교수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정전에 의해서 엘리베이터가 중지되는데, 그러면 (이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할 수 없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비상 계단이 폐쇄됐다면 소방서나 중구청, 대전시에서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1년 동안 비상계단이 폐쇄된 상태로 건물이 운영됐다면 직무 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전 중구청 건축과 측은 "지난달 건물주에게 보수·보강의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통지를 보냈다"며 "중구청에서는 현장 조사를 통해 위험 상황을 알고 있다. 협의가 안 되면 조만간 추가 안전조치 요구를 또 보낼 것"이라고 해명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대전CBS 김미성 기자 msg@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