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광고하더니 실제로는 오염 주범… 덧칠로 그린 ‘그린의 덫’[Global Economy]
ESG 열풍 속에 기업들도 친환경 녹색 투자
일부에선 ‘가짜 친환경’을 마케팅 수단으로
코카콜라,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광고하지만
플라스틱 용기 배출 규모 숨긴 ‘최대 오염원’
스타벅스, 종이 빨대 내부에 ‘PE 코팅’ 논란
英·佛·濠 등 그린워싱 땐 징역·벌금 등 규제
獨·日, G7 화석연료 투자확대 주도 ‘두 얼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과 함께 이상기후 현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고 있다. 기업들도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일제히 중단하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친환경 녹색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짜 친환경’으로 불리는 이른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는 환경보호 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도록 단기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친환경을 내세우는 식이다.
◇실제론 플라스틱 오염 ‘주범’ =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 환경단체들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활동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이 환경 오염 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이나 해양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는 마케팅이 가장 흔한 그린워싱 사례라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와 스타벅스다. 가디언은 환경보호단체 체인징마켓재단(CMF) 조사를 인용해 코카콜라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해양 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용기를 제조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배출한 플라스틱 규모가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 용기를 배출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숨기기 위한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이다. 코카콜라는 2018∼2021년 4년 연속으로 환경운동 ‘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BFFP)가 선정한 최대 플라스틱 오염원으로 꼽혔다.
스타벅스도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액체에 쉽게 녹지 않도록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PE)을 활용해 빨대 내부를 코팅 처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글로벌 소비재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자사가 제조한 샴푸 통이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상은 샴푸 통이 파란색으로 이미 염색돼 더는 재활용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멘토스 사탕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제과기업 페르페티 반 멜레(PVM)도 자사의 친환경 판지 상자 포장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활용이 불가한 합성물이라는 사실에는 침묵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엔 미국 델타항공이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로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소되기도 했다. 델타항공이 세계 최초로 친환경 항공사라고 홍보한 대신 항공권 가격을 올려받아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델타항공은 2020년 2월 10억 달러를 투자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최초로 탄소 중립을 달성한 항공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린워싱 방지 나선 각국 정부 = 세계 각국은 기업들의 그린워싱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장치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을 앞세운 기업들의 무분별한 광고를 막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은 기업의 그린워싱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영국 경쟁시장국(CMA)은 2021년 소비자법에 근거해 친환경 마케팅 지침인 ‘녹색주장 지침’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그린워싱 단속을 예고했다. 영국 광고 규제 기관인 광고표준청(ASA)은 환경 관련 효용을 주장하는 광고에 대해서는 비슷한 기준을 적용해 단속하고 있다. ASA는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 에티하드항공이 광고에서 ‘지속가능한 항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국 내에서 해당 광고를 금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SA는 지금까지 20여 건의 그린워싱 광고에 금지 명령을 내렸다.
프랑스도 온실가스 배출량 상세계획이나 상쇄 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채 광고를 통해 탄소 중립을 내세우면 최대 10만 유로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네덜란드도 기업에 출시한 제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최대 90만 유로 혹은 매출액의 1%에 달하는 과징금을 매긴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최근 기업이 탄소 배출권을 구매했을 때 탄소 중립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다른 기업이 감축한 탄소 감축량을 돈을 주고 구매한 후 자사 제품에 탄소 중립 표현을 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선진국도 말만 ‘기후변화’ 강조 = 그린워싱은 기업들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친환경을 앞세우는 세계 각국 정부들 사이에서도 그린워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탄소 중립을 놓고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들의 녹색정책이 과거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었던 본인들의 행태를 외면해 그린워싱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리더라고 자칭했던 주요 7개국(G7)은 지난 5월 열린 일본 히로시마(廣島)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LNG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화석연료 비중이 비교적 높은 일본과 독일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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