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종 방사성 물질 정수기처럼 필터링… IAEA “일본 머물며 30년 후까지 점검”[10문10답]

김선영 기자 2023. 7. 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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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내달 해양방류 예정 日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삼중수소농도, 기준의 40분의 1
생물 노출 방사선도 125만배 ↓
韓, 처리계획 완벽준수 전제로
처리설비 점검주기 단축 권고
日 수입수산물 철저 검사 강조
野는 “IAEA, 돈 받았다” 주장
편향성 지적하며 보고서 부정
지난 5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오른쪽)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고바야카와 도모아키(왼쪽) 도쿄전력 사장으로부터 오염처리수 방류에 사용된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처리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일본 정부가 이르면 내달 방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IAEA의 검증 절차가 과학적으로 이뤄진 만큼 해외에서는 IAEA 결론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최종 보고서 발표 이후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오염처리수 방류 여부가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연일 관련 시위가 이어지고 ‘후쿠시마 괴담’까지 퍼지며 국민 불안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 7일 방한했지만 거센 비판에 막혀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났다. 오염처리수 방류를 용인한 IAEA 최종 보고서에는 진짜 문제가 있는 것일까. 검증 절차를 담은 IAEA 최종 보고서 내용과 향후 일본의 오염처리수 관리 대책 등을 짚어봤다.

1. IAEA 최종 보고서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

IAEA는 지난 2021년 7월 오염처리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한 일본의 요청을 받아 미국·중국·일본·한국 등 11개국 원자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동안 부문별 중간 보고서를 냈으며, 지난 4일 오염처리수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가 이날 공개한 최종 보고서는 “현재 도쿄(東京)전력이 계획하고 평가한 바와 같이 처리수(오염처리수의 일본 정부 명칭)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오염처리수 방류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IAEA는 “처리수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의 결과는 국제 안전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향후 IAEA는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 계획이 잘 지켜지는지 최종 방류 과정까지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후쿠시마에 현지 사무소도 개설했다. 그로시 총장은 사무소 개설차 방문한 후쿠시마에서 “처리수 최후의 한 방울이 안전하게 방류될 때까지, IAEA는 후쿠시마에 머물 것”이라며 “20년, 30년 후에도 계획대로 되는지 계속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2. IAEA 최종 보고서 내용은

IAEA가 지난 4일 공개한 최종 보고서는 “현재 도쿄전력이 계획하고 평가한 바와 같이 처리수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오염처리수 방류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처리수가 사람에게 미치는 정도는 국제 안전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처리수를 통해 배출되는 삼중수소(트리튬)는 22T㏃(테라베크렐)로, 자연 생성된 삼중수소보다 5000배 적다. 오염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자연 삼중수소 수준을 초과하는 지점은 배출 지점에서 3㎞ 이내다.

IAEA는 오염처리수 방류 후 방사선 노출량에 대해서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방류 후 해양 생물이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국제 표준 최소 기준보다 125만 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3. 오염처리수를 처리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ALPS는 오염처리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기업이 개발한 설비로,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방사성 물질 정화 장치이다. 세슘과 스트론튬 등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정수기와 같다. 흡착 필터를 통해서 방사성 물질을 걸러주는 것이다. 오염처리수의 기준은 ALPS를 사용하는 횟수가 아니라 오염처리수의 수질이기 때문에 남아있는 방사성 물질의 오염도가 국제적 방류 기준을 만족하도록 반복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만약 ALPS가 고장나도 오염처리수가 해양으로 바로 방출되는 일은 없다. 오염처리수가 ALPS를 거치고 나면 ALPS 출구에서 농도를 확인한다. 그 후 처리된 오염처리수는 K4탱크에 저장되는데, 방출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K4탱크에서 최종적으로 농도를 분석하기 때문에 ALPS가 고장이 나도 해양 방출이 바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4. ALPS를 사용해도 삼중수소는 거를 수 없는데, IAEA가 안전하다고 본 이유는

ALPS 처리를 거쳐도 오염처리수의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는 거를 수 없다. 이에 도쿄전력은 오염처리수 방류 전 바닷물을 섞어 삼중수소를 최대한 희석해 배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정부는 ALPS로 정화해도 걸러지지 않는 오염처리수 내 삼중수소 농도를 자국 배출 기준(6만㏃/ℓ)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해 원전 앞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IAEA는 최종 보고서에서 “ALPS 처리와 희석 단계를 거치면 삼중수소의 농도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썼다. IAEA는 ALPS로 처리한 오염처리수에 100배에 달하는 해수를 섞어 희석 후 방출할 경우 삼중수소의 농도가 1ℓ당 150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삼중수소의 경우 일본의 배출 기준 농도는 ℓ당 6만㏃인데, 일본 측은 ALPS를 거친 오염처리수를 40배의 바닷물로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40분의 1인 1500㏃까지 낮춘 뒤 방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5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오염처리수로 키운 넙치에게 먹이를 준 후 빈 병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5. 일본의 오염처리수 상황과 방류 시점은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7일 도쿄전력에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설비 종료증을 교부했다. 오염처리수 방류 설비에 문제가 없다는 ‘최종 합격증’을 내린 것이다. 앞서 도쿄전력은 지난달 26일 해저 터널 등 방류 설비를 완성했고, 이후 같은 달 28∼30일 규제위 사무국인 원자력규제청이 오염처리수 설비와 오염처리수와 바닷물을 섞는 희석 설비, 긴급 차단 장치 등에 이상이 있는지 현장 점검했다. 이로써 사실상 오염처리수 방류를 위한 사전 절차가 완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결정만을 남겨둔 셈이다. 방류 시점으로는 올여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오는 9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8월 중 방류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6. 한국 정부의 과학 기술적 검토 보고서 내용은

정부는 2021년 8월부터 2년간 진행한 자체 조사를 통해 방사성 물질의 총 농도가 해양 배출 기준을 충족하며 삼중수소의 경우는 더 낮은 수준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이를 종합 보고서에 담았다.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는 점도 밝혔다. 다만 도쿄전력이 마련한 처리 계획이 약속한 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 정부는 오염처리수 처리 시설의 핵심 설비로 꼽히는 ALPS의 ‘크로스플로 필터’에서 여러 번 고장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점검 주기 단축·강화를 일본에 권고했다. ALPS로 처리된 오염처리수를 검사할 때 5개 핵종을 추가로 측정해야 한다는 점 등도 일본 측에 요청하기로 했다.

7. 방한한 그로시 총장이 밝힌 향후 점검 계획은

IAEA는 오염처리수 방류가 국제적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방류 절차나 ALPS의 기능을 검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과 만나 “저희가 수년에서 수십 년간 상주하면서 결과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IAEA는 후쿠시마 현지에 IAEA 관계자들과 전문가가 상주하는 사무소도 개소했다. 이 사무소를 거점 삼아 오염처리수 방류 이후 나타나는 현상을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그 결과를 국제 사회와 공유하겠다는 입장이다.

8. 민주당의 방류 반대 주장 핵심은 무엇인가

민주당 등 야권은 IAEA가 내놓은 최종 보고서 자체를 “믿을 수 없다”며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일본(7.7%)이 미국(25.1%), 중국(14.5%)에 이어 IAEA에 세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영향력이 큰 만큼 보고서가 객관적이지 않고 편향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안팎에선 “IAEA가 일본으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받았다”거나 “IAEA를 해체해야 한다”는 강경 주장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또 이번 보고서에서 ALPS의 성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측정·확인·희석 설비 등에 대한 검토와 평가만 있을 뿐, 핵 폐수를 정화하는 ALPS에 대한 언급이 보고서에 거의 없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방류 반대 논리로 앞세우고 있다.

9.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입장은

정부는 문제가 있는 일본산 수산물은 절대 수입되지 않고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오염처리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은 별개의 문제로, 둘을 연계하지 않는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은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이외 지역의 수산물로, 수입 건마다 철저히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100일에 걸쳐 안전한 국내 수산물을 국민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전례 없는 수준의 고강도 원산지 점검에 들어갔다. 구체적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본산 등 수입 수산물 취급 업체를 최소 3번 이상 방문하는 투 트랙 점검체계를 가동하는 등 원산지표시를 철저히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10. 한국 IAEA 검증 과정 참여는 어떻게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그로시 총장을 만나 오염처리수 방류와 관련한 IAEA의 후속 검증에 한국도 참여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로시 총장은 우리 측 요청에 “가능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IAEA의 후속 검증에 참여하기 위해선 일본과 추가 협의도 필요하다. 정부는 일본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며 한국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10일 4박 6일 일정으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순방 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은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기간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오염처리수 문제를 의제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

김선영·김유진·김성훈·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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