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너무 빠르다”…美 자동차 노조, 바이든 공격
페인 회장, “전기차 정책 재검토 없이 바이든 지지 없다”
전기차 전환에 러스트 벨트서 남부로 생산 중심 이동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2024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동안 야심차게 추진한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이 뜻밖의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산업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전기차 확대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바이든 지지 철회를 선언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UAW는 약 15만명의 소속 노조원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일부 공장에서 이르면 9월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UAW는 9월 중순에 만료되는 4년간의 계약을 갱신하기 위해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등 디트로이트 3대 자동차 제조업체와 오는 13일부터 단체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은 UAW의 새 지도부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어 그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말 노조 활성화를 내걸고 당선된 숀 페인 UAW 회장은 바이든 재선 캠페인에 대한 UAW의 지지를 보류하며 백악관이 전기차 시대에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인 회장은 “연방 정부는 아무런 제약이나 노동자에 대한 약속도 없이 전기차 전환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지를 약속하기 전에 국가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보는 AFL-CIO 등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일찌감치 선언한 다른 대형 노조와는 온도 차가 크다. UAW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익단체 중 하나였지만 지난 2016년과 2020년에는 조합원 3명 중 1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바 있다.
앞서 UAW는 바이든 행정부에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판매할 것을 요구하는 차량 배출가스 감축안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환경보호국(EPA)은 표준이 친환경 차량의 예상 판매량을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하고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도록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규칙이 국내 노조의 자동차 생산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EPA가 모든 이해당사자와 계속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백악관의 로빈 패터슨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를 만드는 새로운 일자리가 적어도 전통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현재의 일자리 만큼 좋아야 한다고 믿는다”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며 UAW 측을 달랬다.
WP는 UAW가 바이든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전기차 생산이 늘어날 수록 기존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 일대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포드가 지난해 미시간 주, 오하이오 주, 미주리 주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에서 6200개 이상의 새로운 노조원을 위한 일자리를 추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전기차 생산을 위한 새로운 투자가 남부 주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파인 UAW 회장은 미국 에너지부가 포드와 SK온의 합작 투자에 9억달러를 대출해 주기로 한 결정에 대해 “임금, 근로조건, 노조 권리 또는 퇴직 보장에 대한 고려 없이 통과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합작 투자는 켄터키 주와 테네시 주에 2개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한다.
UAW는 전기차 관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약한 노조 조직률의 영향으로 기존 내연기관 공장에 비해 열악한 노동 조건에 처했다고 비판한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오하이오 주에 설립한 얼티엄셀즈 배터리 공장의 경우 임금이 시간당 16.5달러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지난 2019년 문을 닫은 GM 로즈타운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 임금의 절반 수준이라는 게 UAW의 주장이다. 데이비드 그린 지역 책임자는 “그런 종류의 급여는 생활이 충분하지 않아 직원들이 투잡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버드대학교의 대니 로드릭 경제학 교수는 “녹색 전환에 초점을 맞춘 산업 정책과 좋은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수익성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가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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