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 가르며 심장이 ‘출렁’ … “집트랙 타고 스트레스 ‘푸소’ ”[농촌愛올래]

전세원 기자 2023. 7. 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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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愛올래 - 2023년 농촌관광 사업
(8) 전남 강진 ‘푸소’
지역 곳곳 누비는 ‘팸투어’ 형태
25m 높이 ‘청자타워’ 서 집트랙
시속80㎞ 하강하며 경관 한눈에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으로 명성
오페라·민화 등 다채로운 체험
펜션·한옥 등 농가에서 하룻밤
푸소(FU-SO)체험 팸투어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지난 8일 오후 전남 강진군 가우도에서 집트랙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강진 =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생김새가 소의 멍에를 닮은 가우도(駕牛島)는 전남 강진군에 속한 8개 섬 중 유일한 유인도(有人島)다. 섬 꼭대기에는 집트랙(공중하강체험)을 탈 수 있는 25m 높이의, 이 섬의 최고 명물인 ‘청자 타워’가 우뚝 솟아 있다. 지난 8일 오후 강진군 대구면에서 ‘출렁다리’를 건너 가우도에 도달한 뒤 길이 264m에 달하는 모노레일에 5분간 몸을 맡겨 정상에 오르니 영롱한 비취색을 뽐내는 청자 타워를 마주할 수 있었다.

강진군의 명물인 고려청자를 본떠 이름도 청자 타워. 실제로도 청자의 주재료이자 철분 함유량이 높은 ‘청자토’로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집트랙을 이용해 하산하면 아파트 30층 높이에서 최대 시속 80㎞로 지상에 내리꽂히는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약 1㎞를 활강하는 동안 바다와 갯벌, 산과 강이 한눈에 펼쳐지는 장관을 만끽할 수 있기에 가우도의 청자 타워는 전국 각지 관광객들을 강진군으로 끌어모으는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날 청자 타워 내 집트랙 승강장에서 만난 전남 나주시 빛가람초교 2학년 김준우(8) 군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출발 직전 “많이 떨려요”라고 말하면서도 준우는 용기를 내 아버지 김정민(39) 씨와 함께 하네스(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창공을 가르는 와이어에 몸을 실은 채 하늘을 날았다. 준우 군은 “꼭대기에서는 너무 무서웠는데 아빠와 내려오면서 얘기도 하고 풍경도 볼 수 있어 재밌었어요”라고 말했다.

준우 일가족은 ‘감성여행 1번지’ 강진군의 관광프로그램인 ‘푸소(FU-SO)’를 통해 집트랙을 비롯한 강진군의 ‘A to Z’를 주말 내내 체험했다. 푸소는 영어로 ‘필링-업(Feeling-Up)·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농촌에서 감성은 높이고 스트레스는 풀라는 의미가 담겼으며 우리말로는 ‘덜어내다’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도 된다.

푸소(FU-SO)체험 팸투어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한국민화뮤지엄에서 부채와 에코백을 채색하고 있는 모습. 곽성호 기자

지난 2015년 5월 시작된 푸소는 오페라·청자·민화 등 각 분야의 다채로운 체험으로 구성됐다. 특히 100여 곳의 농가가 참여하는 푸소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농촌의 정취를 제공한 덕분에 수학여행을 비롯한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강진군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한 해에만 학생 8962명이 푸소에 참여했다. 준우의 어머니이자 화순고 교사인 강지수(38) 씨는 “푸소는 민화 등 다채로운 체험이 있어 아이들과 부모의 정서적 교감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지난 8∼9일 푸소는 준우 일가족을 포함해 25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강진군을 돌아다니는 ‘팸투어’ 형태로 진행됐다. 전북 전주·부산 등에서 강진군을 찾은 관광객들은 팸투어 인솔자인 신원섭(여·47) 전남도문화관광해설사의 감칠맛 나는 설명을 들으며 강진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신 해설사는 “강진군은 제주도와 기온이 비슷해 1년 내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데다 다산 정약용과 인연이 깊은 백련사를 비롯해 무위사 등 유서 깊은 사찰이 곳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집트랙을 타기에 앞서 영랑 김윤식의 생가에 있는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소프라노 윤혜진·테너 장호영의 공연을 보며 오페라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i Funicula)’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인 ‘도레미송’을 직접 불렀다. 이어 ‘강진청자’를 둘러볼 수 있는 갤러리 카페인 ‘비취에 물들다’로 이동해 마음에 드는 청자 컵을 선택해 음료를 마시며 ‘수공 과정’ 중 생기는 기포와 돌기 등이 있는 B급 제품인 ‘거시기 청자’를 기념품으로 받았다. 다음 관광 장소인 한국민화뮤지엄에서는 부채·목함·에코백·손거울 등을 직접 만들고, 어변성룡도와 괴석모란도 등 민화를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7세인 쌍둥이 형제 준오·준영 군과 외할머니 김유자 씨와 함께 부산 강서구에서 온 전병연(46)·강귀원(46) 씨 부부는 “포털을 통해 우연히 푸소를 알게 됐는데 아이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오페라 가창 등 유익한 프로그램들로 빼곡히 차 있어 온 보람이 있다”고 밝혔다. 서부산공고 역도부 선수들을 이끌고 푸소에 참여한 김건희주(51) 코치는 “훈련과 시합만 다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단합대회를 겸해서 왔는데 강진은 공기가 워낙 깨끗하고 풍경이 아름답고, 인심이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집트랙을 끝으로 첫날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관광객들은 강진군 내 6곳의 숙소로 이동해 농가에서 제공하는 저녁 식사를 하며 1박을 했다. 특히 펜션과 한옥 등으로 이뤄진 강진군 농가에서의 하룻밤은 바쁜 일상 속에 지친 시민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전주시에서 일가족과 함께 온 고영선(55)·박금이(52) 씨 부부는 20대 자녀들과 ‘청향채’에서 제육볶음과 호박전·깻잎·죽순나물 등으로 저녁을 먹었다. 고 씨는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과 농촌과 어촌이 어우러진 강진군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우리 부부가 퇴직해서 노년을 강진군에서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 마혜선 ‘푸소’ 체험팀장

전국 학교 누비며 ‘영업사원’ 자처… 연간 수천명 불러들인 ‘일등공신’

마혜선(37·사진) 전남 강진군청 문화관광실 주무관은 ‘푸소(FU-SO)’체험팀장으로서 ‘남도답사 1번지’인 강진군의 매력을 곳곳에 알리고 있다.

마 주무관은 지난 2015년 강진군청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지역단위 관광프로그램인 푸소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일등 공신’이다. 지금은 연간 수천여 명의 학생이 푸소를 통해 수학여행으로 강진군을 찾을 만큼 유명한 관광프로그램이 됐지만, 초창기에는 푸소라는 이름과 농촌민박·체험을 결합한 관광개념이 생소했다. 당시 마 주무관은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전북·전남 일대를 비롯해 대구와 서울 등 전국 각지를 누볐다.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학생들을 강진군으로 불러 모았다.

외부홍보와 함께 내실도 단단히 다졌다. 산업시설이 없는 강진군은 월출산을 포함해 바다, 갯벌, 1급수 민물새우로 만든 토하젓 등 다채로운 관광자원을 보유한 만큼 숙박시설 등 인프라를 갖추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호텔 등 프라이빗한 공간이 익숙한 도시민들이 편안히 농가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마 주무관은 요즘도 일과 대부분을 강진군 농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는 데 보내고 있다. 마 주무관은 “푸소는 초기부터 성희롱·성폭력예방교육 등을 의무화하는 등 위생과 안전에 있어 서비스 마인드를 함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군청은 오는 2024년 푸소 10주년을 맞아 저변 확대를 위해 이달 1일부로 문화관광실 내에 푸소체험팀을 꾸리는 등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푸소체험팀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촌캉스’를 오는 21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다.

아버지의 고향인 강진군에서 2011년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한 마 주무관은 “푸소를 통해 강진을 즐기고 경험한 생활·관계인구가 나날이 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이를 위해 귀농·귀촌하는 분들이 강진에서 자리를 잡아 푸소에 참여하는 농가로 거듭나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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