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엔 ‘국민’ 없고 민주당에 ‘민주’ 없어… 한마디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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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은 스스로를 '문장노동가'라 칭한다.
날마다 읽고 쓰는 게 그의 일이다.
최근 문화일보에서 만난 그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대박'에 대한 그의 지적은 곱씹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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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생산적 진영 싸움에만 몰입
사색이 없는 시대 미래는 암담”
장석주 시인은 스스로를 ‘문장노동가’라 칭한다. 날마다 읽고 쓰는 게 그의 일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문장들의 주제는 세상의 모든 것이다. 그런 그도 가급적 피해온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정치.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 비판적인데 그런 양비론이 별로 효용가치가 없을 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 그가 신간에선 ‘정치’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고 나섰다. “한마디 해야겠다”면서.
시인이 새로 낸 인문 에세이집의 제목은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현암사)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짤막하게 쓴 글들을 한데 모았다. 한때 시인의 마음을 빼앗았던, 염세주의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 에밀 시오랑에 대한 사색을 포함해 길을 걷고 차를 마시고 여행을 하는 모든 일상에서 시작한 사유를 정제된 글로 펼쳐낸 책이다.
읽는 이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하는 글들 사이로 뾰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의외의 지점이다. 시인은 한국 정치에 대해 “진부한 상상력과 낡은 관행에 갇힌 채 비생산적인 진영 싸움에만 몰입한 탓에 고비용 저효율의 늪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그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의견을 책을 통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다 그의 펜촉이 정치를 향했을까. 최근 문화일보에서 만난 그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입으로는 옳은 소리를 하지만 실제 생활과는 너무 큰 괴리가 있고, 그런데도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부끄러운 줄을 모릅니다. 어떤 비판도 받아들이지 않는 협량함, 이런 데 대한 환멸이 컸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해야겠다, 싶었던 겁니다.”
“사실 정치 이야기가 더 많았는데 많은 부분을 덜어냈다”는 그는 인터뷰 도중 정당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엔 ‘민주’가 없고 ‘국민의힘’엔 ‘국민’이 없습니다. 각 당에 결핍된 것들을 이름으로 내세운 게 참 아이러니하죠.”
그의 책엔 정치 외 다른 사회적 현상에 관한 날카로운 사유도 담겼다. 시인은 특히 “사색이 없는 시대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우려했다. “아주 짧은 지식과 자극, 말초적이고 과잉적인 정보에 빠져들어 깊은 이해나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잃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단지성이 작동하지 않고 어떠한 제동장치 없이 엉뚱한 데로 가버리는 것이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대박’에 대한 그의 지적은 곱씹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박’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는 사람의 뇌에는 다양한 어휘가 없는 겁니다. 가용 어휘의 범주, 즉 인지적 지평이 굉장히 쪼그라든 것이고 사유의 폭이 좁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를 ‘한탕주의’로 오염시키는 단어이기도 하죠.”
시인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독서를 강조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책은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솔루션을 주는 가장 효율적이고 값싼 방식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얻는 정보는 결코 솔루션이 될 수 없습니다. 사유가 생략된 지식일 뿐이죠. 제 책이 독자 여러분의 작은 사유의 실마리를 붙잡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열어가는 하나의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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