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11번가 M&A 파이어세일?…SK스퀘어의 선택은

김성훈 2023. 7. 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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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서 11번가 매각설 솔솔
투자자에 약속한 IPO 기한 임박
큐텐이라는 원매자 등장도 영향
뚝 떨어진 기업가치에 고민 가중
"‘헐값 매각 안 된다" 반발여론도
가격 등 인수논의 티테일이 중요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Qoo10)의 잇단 M&A(인수·합병)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11번가가 물망에 오르며 화제다. 아직은 ‘썰’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실제로 매각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기록적인 ‘파이어세일(급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열사 ‘선택과 집중’ 작업이 한창인 SK스퀘어(402340)가 매각에 나설 것이냐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IPO 추진도 마뜩잖은 상황에서 자칫 ‘헐값 매각으로 남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반발 여론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IPO냐 M&A냐…갈 길 바쁜 11번가 선택은

10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큐텐은 11번가 모회사인 SK스퀘어 측에 11번가 인수 의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큐텐의 11번가 인수 제안은 의사를 묻는 가벼운 ‘태핑(수요조사)’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이런 인수 의사 타진은 비일비재하다”며 “현재 매각 주관사조차 정해지지도 않았고, 현금 사정이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큐텐과 11번가 양측 모두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앞선 설명처럼 ‘가벼운 문의’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이 화제가 된 이유는 큐텐이라는 원매자의 등장과 11번가의 현재 사정이 맞물려서다.

큐텐은 최근 티몬과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면서 업계 복병으로 떠올랐다. 내친김에 11번가까지 수중에 넣는다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이후 잠잠하던 이커머스 업계가 또 한 번 출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1번가 입장에서도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IPO와 매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1번가는 2018년 PEF 운용사인 H&Q 코리아와 새마을금고, 국민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며 올해 9월까지 IPO를 약속했다. 기한 내 IPO를 하지 않으면 투자금에 약 8% 이자를 얹어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때만 해도 무난하게 상장을 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쏜살처럼 흐르면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통상 상장 과정에 4~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점도 늦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PO를 한다면 이미 가시적인 움직임이 증권가 안팎에서 나와야 한다”며 “투자자 간 IPO 시점 조정 등의 논의가 없다면 다른 엑시트(자금회수) 방안을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1번가 매각설이 불거진 데에는 SK스퀘어가 지난 3월 SK쉴더스를 PEF 운용사인 EQT파트너스에 2조1700억원 가까운 금액에 매각한 전례도 영향을 미쳤다. 제대로 된 원매자를 만나 원하는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점을 상반기에 학습한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60% 빠진 기업가치…인수조건 디테일이 관건

그런데 11번가의 상황은 SK쉴더스때와는 다르다. 일단 원하는 가격에 매각하기 녹록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자본시장에서 점치는 11번가 기업가치는 1조원 안팎이다. 이 가격도 높은 수준이지만,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59%나 빠진 수치다.

티몬과 위메프를 헐값에, 그것도 지분 교환 형태로 인수한 큐텐임을 감안하면 1조원을 인정해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가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각 25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 가치를 합친 것의 2배가 11번가 인수 협상의 시작이라면 매각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분 교환이든, 또 다른 투자자 등장에 따른 현금 매각이든 1조원에 매각된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앞선 FI들에게 돌려줘야 할 투자금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한때는 2조~3조원에 육박하던 기업가치를 가졌던 시장점유율 6.9%(한국신용평가 기준) 이커머스 업체를 매각한 대가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SK스퀘어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의 매각도 중요하지만, 결국 손절을 각오한 매각 형태로 가져간다면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도 신경 써야 한다. ‘납득할 수 없는 매각으로 결국 남 좋은 시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아서다.

투자자들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점 만기와 같은 이유로 원금에 이자를 붙여 받는 것은 투자자들도 사실 싫어하고 일종의 실패한 투자로 본다”며 “결국 원매자가 어느 수준의 인수 조건을 제안하느냐가 핵심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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