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새마을금고 소방수 역할 자처… 6.2조 유동성 공급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보호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국내 주요 은행들이 새마을금고의 유동성 부족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6조2000억원 가량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한다. 새마을금고의 소규모 예금 인출 조짐도 꺾이면서 새마을금고 사태는 빠르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7곳은 지난 주말부터 전날까지 새마을금고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약을 맺었다.

7개 은행은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 규모의 RP 매입 계약을 체결해 총 6조2000억원가량이 새마을금고에 지원한다.

은행이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국고채·통화안정증권채권(통안채) 등을 RP 매입이라는 담보 성격의 형태로 사실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새마을금고는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서 RP 매입을 한 것이 아니라 (최근 불거진 우려에 따른) 소규모 고객 예금 인출 사태에 따른 변동성 확대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지난 9~10일 단기물 매입이 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주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불거지자 지난 7일 은행권을 긴급 소집해 새마을금고의 단기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은행권의 유동성 지원과 함께 새마을금고 예금 이탈 속도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거시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지난 9일 간담회를 열고 "정부 대책 발표 이후인 7일 인출 규모는 전날보다 1조원가량 줄었고 중도해지자의 재예치 건수는 3000건에 이른다"며 "예금 유출 양상이 점차 진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위 당국자들이 '정부를 믿어달라', '안심해도 좋다' 등의 메시지늘 내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1일 0시부터 6일 자정까지 중도해지 한 새마을금고 고객 중 오는 14일까지 재예치를 신청한 경우 당초 약정 이자를 복원하고 비과세 혜택도 유지하겠다는 '비상 대책'을 발표한 결과로도 분석된다.

금융권에선 새마을금고 사태가 이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상황 조기 안정을 위해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을 공동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실무 지원단'을 전날 발족했다. 행안부·금융위·기재부·한은·금감원·예보 실무자로 이뤄진 지원단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상주하며 '새마을금고 진정세 굳히기'에 총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 사태는 진정세로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 은행들이 RP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새마을금고 사태는 이번 유동성 공급으로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