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환 “난 친구 같은 아빠, 딸이랑 극장도 가”[인터뷰]
배우 오대환은 대표적인 다둥이 아빠다. 네 아이를 기르며 알콩달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전 친구 같은 아빠예요. 최근 딸이 중2병에서 헤어나와 소통하기가 훨씬 쉬워졌는데요. 사실 중2병에 걸렸을 땐 아예 터치를 못했어요. 아내가 현명하게도 ‘여보, 그건 지들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거래.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라고 조언해서 편한 마음으로 기다렸죠. 올해부터 괜찮아졌는데, 딸에게도 자아가 단단하게 생긴 것 같아요. 최근엔 딸과 함께 극장에 가서 ‘남은 인생 10년’을 봤는데요, 정말 재밌게 봤어요. 딸과 함께 울었어요.”
오대환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영화 ‘악마들’(감독 김재훈)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소감부터 장동윤과 호흡, 생계형 연기에 대한 고민 등을 털어놨다.
■“저예산 ‘악마들’, 고생 많이 했죠”
‘악마들’은 살인마 ‘진혁’(장동윤)과 추격전 끝에 병실에서 눈을 뜬 형사 ‘재환’(오대환)이 몸이 바뀐 이후 일어나는 추적 스릴러물이다. 다양한 액션 장면을 소화해내느라 힘 뺏을 터였다.
“액션으로 한 고생은 고생도 아니었어요. 그건 어느 작품이나 다 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저예산 영화라 촬영 회차가 늘어나면 안 되니까 그 안에 찍어야한다는 압박감이 컸어요. 감정 연기도 한번에 이끌어내야하고, 아쉬운 것들이 한 두개가 아니었죠. 더 해보고 싶은 장면도 있었는데 한 큐에 끝내야 한다는 게, 저예산 영화의 한계였던 것 같아요.”
함께 연기한 장동윤과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고.
“보디체인지라는 설정이라서 서로 캐릭터를 연기해야하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육성을 녹음해 따라해볼까, 포인트를 잡아볼까 생각해봤는데 결과적으로 서로 연구할 시간이 없을 뿐더러 모든 연기는 ‘나’로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편하게 연기하자고 했어요. 대신 시그니처 같은 제스처를 하나씩 만들기로 했고요.”
연기에 있어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장동윤에게 자극을 받았다는 그다.
“장동윤이 4편을 동시에 찍던 시기라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고 있어서 좀비처럼 굉장히 지쳐있었어요. 그런데 슛들어가면 또 연기가 되더라고요. ‘이 놈 프로구나’ 싶었어요. ‘마음가짐이 좋구나’란 생각도 들었고요. 제게 연기로 주눅들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던데요. 나도 장동윤 기에 지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고요.”
■“악역에 대한 부담감? 전혀 없어요”
그는 예능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다양한 악역들을 섭렵해왔다. 악역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전혀요. 딸들도 그런 질문을 해요. ‘아빤 왜 나쁜 역만 해?’라고요. 전 이렇게 대답하죠. 드라마나 영화는 다 선악이 공존하는데 다 선역만 하면 누가 악역을 해? 근데 내가 악역을 좀 더 잘 하나봐. 그래야 너희도 먹고 살아. 이렇게 말하니 다들 알아듣더라고요. 그런데 지난해엔 예능 대신 영화를 찍으면서 TV를 많이 안 나가게 됐는데요. 둘째가 ‘우리 사는 데 문제 없어?’라고 묻더라고요. 영화 찍고 있다고 하니 ‘그것도 돈 받아? 그럼 됐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네 아이를 기르기 위해 작품을 가리지 않고 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고 묻자 마음 깊은 고민을 꺼내놨다.
“예전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기에 대한 생각이 변하는 것에 대해서요. 연극할 때 한씬을 만들려고 매일매일 만나서 치열하게 신을 짜고 몇 달동안 공연 연습을 해서 무대에 올렸는데, 만약 의도한 곳에서 사람들이 안 웃는다? 그럼 또 다시 만들고 연구하는 창작의 재미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금전적으론 힘들었죠.”
그는 자신의 소득이 적고 불안정해 아내가 결혼한 후 재작년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고 고백했다. 오대환은 “TV나 영화로 와서 조금 잘 되고 관심을 받으니까 금액적인 부분이 확 올라가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엔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왜 연기를 이렇게 하고 있지?’라는 고민을 하고 있더라. 부는 얻었지만 삶의 질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때문에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선배들에게도 많이 물었다는 그다.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배우는 가정에 이기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요. 특수한 직업이고 낭만을 먹고 사는데, 너무 가정적이면 제가 잃어야할 게 많다는 말이었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알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게는 못 하겠어요. 내 가정이 연기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젠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양쪽 밸런스 지켜가는 게 숙제예요. 나중에 더 잘 되면 그때 하고 싶은 공연을 꼭 세우면 좋겠어요. 그땐 배고픈 후배들에게 고기도 자주 사주고 싶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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