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디지털화 나선 수의사..."진료 집중도 높이고 정보비대칭 해소"
동물병원은 최근 대형화·전문화되는 추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만큼 병원을 찾는 경우도 늘고 있어서다. 문제는 동물병원의 진료비 편차가 심한데다 체계적인 관리 부족으로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보호자 간의 정보비대칭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수의사들은 병원이 커질수록 진료 외적인 업무가 늘면서 운영 부담이 커진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동물병원의 디지털 전환에 뛰어든 수의사가 있다. 2021년 7월 아이엠디티(iamdt)를 설립한 서상혁 대표(VIP동물의료센터 대표)의 이야기다.
동물병원은 마치 가정의학과처럼 한 선생님이 안과, 치과, 피부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진료를 같이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 병원이 커지면 분과가 이뤄져 깊이 있는 진료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고객·직원 관리, 시설·운영 관리, 의약품 재고관리 등 진료 외적인 업무도 늘어나 시스템이 없으면 진료에 집중하는 시간을 뺏기게 된다는 게 문제다.
서 대표는 "수의사는 조직 및 운영관리에 대한 교육과 경험이 부재한 상태에서 개원하기 때문에 직원이 30명을 넘으면서부터는 한계와 답답함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커진다"면서 "바쁜 일상에 최신 의료기술 습득은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보호자 간 정보비대칭 문제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주요 이유로 꼽았다. 환자를 치료하는데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환자(반려동물)가 받게 될 수술이 무엇이고, 왜 하는지, 무엇을 주의해야 하고, 수술 후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
아이엠디티는 데이터 기반 펫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또 동물병원 디지털전환 솔루션 '클레어(CLAIRE·Cloud AI Medical Record) EMR(전자의무기록)'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서 대표는 "직원 2~3명의 소형병원 때부터 300명 규모의 대형병원이 되기까지 성장단계별로 동물병원이 필요한 니즈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전국 동물병원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솔루션 'CLAIRE EMR'을 구축해 오는 10월 베타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CLAIRE EMR은 EMR 기능은 물론 경영지원, 고객관리, AI 연계 진단 및 처방 추천 등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작은 병원은 최근 큰 병원에서 쓰는 다양한 약물이나 치료기법에 대해 궁금해한다. 구토와 설사로 병원을 찾은 반려동물이 검사결과 췌장염인 경우 EMR에 진단명을 입력하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근 췌장염에 어떤 약을 쓰는지 등 최선의 치료 옵션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아이엠디티는 진단명과 진료행위 등 가장 효율적인 코드체계도 구축했다.
큰 병원에서는 직원관리 등을 위한 전자결재시스템 등을 쉽게 도입할 수 있다. 의약품 재고나 유통기한 등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도 없어진다. 보호자들은 질병에 대한 치료법과 관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입원한 반려동물의 치료 계획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올해 KB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KB스타터스'에 선정된 아이엠디티는 최근 KB손해보험이 내놓은 'KB 금쪽같은 펫보험' 상품 설계를 함께 했다. 앞으로 펫 보험 상품 설계는 물론 마케팅에서도 협업을 계속 할 예정이다. KB스타터스는 KB금융그룹 산하 스타트업 지원 기관 'KB이노베이션허브'에서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서 대표는 "동물병원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독보적인 EMR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대표가 운영하는 VIP동물의료센터는 5개의 일반 종합병원과 암병원, 재활병원까지 총 7개의 병원을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수의사 100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 3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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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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