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벌어진 `개고기 시식`…거리로 나온 `식용 논란`

박양수 2023. 7. 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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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에 ‘개·고양이 식용금지’ 조례안 발의
개고기 취급 업체에 5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골자
사회적 합의 미비 이유로 결국 심사 보류
“개 식용산업 불법…공생 위한 결정을” vs “먹을권리 규제 권한 없어”
국제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을 맞아 동물해방물결 등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개 도살장을 형상화 한 컨테이너 부스를 설치하고 불법 개 도살-거래 등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복(11일)을 사흘 앞두고 동물권행동 카라·동물자유연대 등 전국 31개 동물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회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3 개 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초복(11일)을 3일 앞둔 지난 토요일 서울의 한 복판인 종로구 SC제일은행본점 앞에서 '개 식용을 막아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 주최로 '개고기 시식회'가 열렸다. 대형 아이스박스에 개고기를 담아온 대한육견협회 회원 200여명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식을 하겠다고 하자 경찰이 막아섰다.

하지만 회원들의 거센 항의에 결국 경찰이 물러섰고, 회원들은 장구와 꽹과리를 치면서 개고기를 먹었다. 지나가는 시민에게 '맛있고 기름이 적어 좋은 보양식'이라며 시식을 권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도로 건너편에선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개 식용 종식 촉구집회를 열고 있었다. 육견협회 측에서 이들 단체의 집회에 맞불을 놓으며 '개고기 시식'이라는 예상 밖의 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쪽에선 육견협회가 개고기 시식 퍼포먼스를 벌인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사회변화팀장은 "설문조사를 봐도 시민들 대부분은 개 식용 종식을 바라고 있다"면서 "반대 측의 시식 퍼포먼스는 유감스럽지만 일단 개 식용 산업 자체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억지 주장보다는 생명 윤리를 기반으로 공생을 위한 결정을 해주셨으면 한다. 정부도 개 식용 종식을 위해 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육견협회 주영봉 생존권 투쟁위원장은 "국민의 먹을 권리를 규제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국민 누구도 개를 먹지 않겠다면 모를까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해묵은 논쟁거리였던 개 식용 문제가 길거리로까지 나왔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가 '개·고양이 식용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보류하면서 또 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조례안은 김지향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이 5월말 대표 발의했다. 원산지·유통처 등이 불명확한 개고기의 비위생적인 실태를 서울시가 집중 단속하고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시의회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가 상위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심사를 보류했다.

그런 가운데 생존권을 내세워 개 식용 종식을 반발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거리로까지 나오면서 공론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개고기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만 놔둬도 수년 내로 사라질 테니 당장 금지하지 말고 내버려두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종로5가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A씨는 "40년간 해온 장사를 하루아침에 못 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 당장 내일서부터 이 가게에서 굶어 죽으라는 소리"라며 "어차피 다음 대에는 장사를 안 할 테니 10년만 놔두면 될 일"이라고 했다.

보신탕집을 하는 60대 부부도 "보신탕집을 하는 사람 중에선 우리가 젊은 축에 속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일을 못 할 테고 사 먹는 사람들도 더 줄어 이런 식당들은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 주인들은 서울시 조례안에 포함된 업종 전환 지원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김씨는 "업종을 변경하면 그릇부터 시작해 모든 걸 바꿔야 하는 데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개·고양이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쪽에선 동물 학대와 불법행위에 대한 신속하고 확실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명시되지 않은 개·고양이 도살은 동물보호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보신탕 판매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도 지적한다.

조례안을 발의한 김지향 의원은 "사육장에 갇혀 도살당하는 개들의 희생을 막으려면 조례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업종을 바꾸라고 하면 물론 난처할 것"이라면서도 "서울에 개고기 취급 음식점 229곳이 있다. 이들을 다른 '보신 음식'으로 특화한 식당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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