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비관론 커지는데…버핏이라면 어떻게 할까 [글로벌 ETF 트렌드]
글로벌 ETF 트렌드
통화긴축 길어지며 올 하반기 주식시장 침체 전망 잇따라
투자 귀재인 버핏 투자 기법 좇는 ETF 관심 커져
기업 분석 시 경제적 해자·잉여현금흐름에 주목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긴축 기조를 고수하며 주식 시장이 약세장에 접어들 것이란 비관론이 잇따른다. 지난 30여년간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달성한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방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버핏 회장의 투자 원칙을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주목된다.
버핏 투자 철칙 "경제적 해자를 중시해라"
'반에크 모닝스타 와이드MOAT ETF(티커명 MOAT)' 수익률은 올해 들어 22%를 기록했다. S&P500 지수 상승률(14.8%)를 큰 폭으로 웃돈다. MOAT은 버핏 회장의 투자 철칙 중 경제적 해자를 추종하는 ETF다. 펀드평가 회사 모닝스타가 2012년 개발한 경제적 해자 지수를 추종하며, 구성 종목 50여개 기업에 투자한다. 총보수는 연 0.46%다.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s)는 1984년 버핏 회장이 연례 서한에서 처음 사용한 후 대중화된 용어다. 해자란 중세시대 성 외곽에 조성된 도랑으로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을 세계적 투자자로 키워준 핵심 투자 전략이다. 업종 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유해 가격 결정권을 가진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모닝스타는 버핏이 창시한 경제적 해자를 기반으로 2007년 가치주를 가리는 지수를 개발했다. △전환비용 △무형자산 △네트워크 효과 △비용 우위 △독·과점 등 5가지를 따져 경제적 해자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 요소 중 최소 한 가지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애플처럼 경쟁사 제품으로 전환할 때 큰 비용이 들거나(전환비용), 항공사 보잉처럼 소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경우(독·과점)가 이에 해당한다. 스타벅스처럼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기업(무형자산)도 투자 대상에 포함된다.
경제적 해자 투자법의 약점은 성장주를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산업 분야나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MOAT의 투자 비중 상위 10개 기업 중 기술주는 알파벳(구글)이 유일했다. 애플 투자 비중은 1%를 밑돌았고, 테슬라는 아예 매입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경제적 해자 투자법을 두고 2018년 '절름발이 같은 투자 방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같은 해 버핏 회장은 연례 총회에서 "진정 위대한 기업은 투자한 자본에 대한 수익을 보장하고 해자를 갖춰야 한다"고 응수했다.
지난 5년간 주가 상승률을 따져보면 테슬라(890%)가 벅셔해서웨이(59%)를 압도한다. 하지만 월가에선 여전히 버핏 회장의 판정승으로 보고 있다. 데이브 세케라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경제적 해자가 없는 기업은 주가가 결국 하락했다"며 "경쟁 우위가 없기 때문에 불황이 닥쳤을 때 버티지 못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현금창출 능력도 중요
전문가들은 기업의 현금흐름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버핏 회장이 내세운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기 위해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필수라서다.
페이서 미국 캐시카우 100 ETF(COWZ)는 잉여현금흐름 수익률에 기반한 ETF다. 올해 들어 수익률은 5%를 기록했다. 투자할 때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최우선으로 본다. 때문에 "꿈(미래) 대신 현실에 투자하는 ETF'란 별칭이 붙는다.
COWZ는 러셀 1000지수의 종목 가운데 과거 12개월 기준 잉여현금흐름이 많으면서 향후 12개월간 잉여현금흐름이 높은 100개의 기업 투자한다. 포트폴리오는 분기별로 조정한다. FCF수익률(시가총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수준)이 높은 상위 100개 종목에 투자한다. 금융 섹터 및 리츠(REIT), 시가총액이 30억 달러 미만인 기업은 제외한다.
잉여현금흐름은 회사가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영업비용, 이자 비용, 세금, 투자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자사주 매입, 배당, 인수합병(M&A)에 쓰인다. 견고한 잉여현금흐름과 성장률은 회사의 재무적 체력(펀더멘탈)과 실적 개선 가능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잉여현금흐름을 계속 창출하는 기업이 이를 활용해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배당 여력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COWZ는 경기 침체기에 강한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S&P500 지수가 18% 하락할 때 COWZ는 하락률은 0.4%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지수는 25%가량 폭락했다.
문제는 COWZ가 현재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잉여현금흐름을 중시하다 보니 투자 수요를 읽어내지 못해서다. 미래 가치를 좇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COWZ의 기술주 투자 비중은 7.6%에 불과했다. 에너지 섹터가 35%로 가장 비중이 컸고, 헬스케어(15%), 원자재(14%)가 뒤를 이었다. 지난 12개월간 성과가 좋았던 기업을 중심으로 잉여 현금 흐름이 개선되며 매수 상위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기술주가 떠오른 올해 COWZ 수익률 상승 폭은 감소했다. 기술이나 시장 변화 등에 따라 향후 큰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성장주’를 외면해서다. 올해 들어 나스닥 100지수는 30% 가까이 올랐지만, COWZ의 수익률은 5%에 불과했다.
다만 가치주가 다시 부상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는 긴축의 시점에는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는 이른바 ‘가치주’ 투자가 주목받는다. 당장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며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잉여현금흐름 수익률은 지난 30년간 기업 가치평가에 탁월한 지표로 평가받았다"며 "이 지표에 따라 투자하면 매년 16% 이상 연평균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S&P500(연 11%)을 웃도는 수치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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