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LTV·DTI 규제 강화, 2017년 이후 경제적 불평등에 영향 없다”
“다만 취약가구 지원은 필요”
2017년 이후 강화된 부동산 대출 규제가 부채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주택자산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규제가 부동산 가격 상승 모멘텀을 꺾을 만큼 강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대출 규제가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지적은 적어도 2017년 이후로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국은행은 10일 ‘거시건전성 정책이 가구 부채·자산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김민수 한은 금융안정국 금융안정연구팀 차장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 강화가 부채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으나 주택자산의 불평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개인의 대출한도를 얼마나 제한할지 정하는 기준인 LTV·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가 경제적 불평등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점검했다. 2017년부터 강화된 LTV·DTI 규제를 규제 충격으로 보고, 패널 이중차분법을 이용해 우리나라 가구의 부채와 주택자산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LTV·DTI 규제는 2014년 지역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됐다가 2017년부터 지역별로 차등 적용되기 시작했다.
분석 결과 2017년 이후 LTV·DTI 규제가 적용된 조정대상지역의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하고 주택자산 가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엄격한 규제를 받은 지역은 오히려 최근까지 주택자산 증가 규모가 이외 지역보다 9.3% 컸다. 가구 자산분위별(1~5분위)로 봐도 모든 자산 분위에서 주택자산 증가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김 차장은 “더 강한 규제를 적용했음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심리 등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억제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봤다.
당초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는 요건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뛰어넘거나 주택 청약 경쟁률이 5대1 이상인 지역’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이었다, 김 차장은 “LTV·DTI 규제가 부동산 가격 상승 모멘텀을 꺾을 만큼 강력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가계부채는 줄었다. 강한 규제는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5.7%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산 상위 20%(5분위)와 20~40%(4분위) 가구의 부채 규모는 10.9~13.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차장은 “강화된 LTV·DTI 규제가 자산 상위 가구를 중심으로 부채 증가를 억제해 부채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다만 자산이 적은 가구에선 강한 규제에도 부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미 부채를 보유한 가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이며 자산 분위가 낮을수록 애초에 대출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아 부채를 보유하지 못했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거시건전성 정책의 강화가 자산을 적게 보유한 가구의 대출 접근성을 제약해 불평등을 키운다는 주장이 반드시 들어맞진 않는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김 차장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가 자산을 적게 보유한 가구의 대출 접근성을 제약해 부채와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현상은 적어도 2017년 이후 LTV·DTI 규제 강화 사례에선 실증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규제가 의도하지 않게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기보다는 거시건전성 제고라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률적인 규제 강화로 인해 자산과 소득 하위 가구, 특히 제도권 대출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가구의 자금조달 애로가 커질 수 있으므로 보다 세심하고 엄밀한 분석과 지원 대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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