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마감한 캄보디아 노동자…또 ‘비닐하우스’에서 살았다
[앵커]
집이라고 할 수도 없는 열악한 시설에서 지내다 숨진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비닐하우스에 살던 캄보디아인이 열악한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역대 가장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입국할 예정이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가도로 아래 늘어선 한 농촌 마을의 비닐하우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가 반 년 가까이 살던 곳입니다.
낡은 단칸 화장실은 비닐하우스 밖 도로변에 있고, 샤워 시설은 물 빠지는 발판이 전부.
숨진 노동자는 숙소가 너무 열악하다며 주변 지인에게 어려움을 호소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맹 코스타/캄보디아협력공동체 대표/유족 대리인 : "하나는 가족 문제에요. 두 번째는 사업장 숙소 문제. 난방도 없고 이렇게 힘들어서 혼자 또 외로워서."]
일하는 농장 주변 2km 이내엔 주거지가 없는 데다 월셋방을 구할 형편이 안 돼, 비닐하우스 숙소는 그에게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정영섭/이주노조 활동가 : "사업주가 편법으로 가설 건축물을 제공하는데, 노동부에는 그렇게 등록하지 않으려고 근로계약서에 (숙소) 미제공으로 체크를 하고."]
캄보디아에서 온 이 노동자, 근로계약서에는 주택을 제공해주겠다고 돼 있었지만 막상 입국해 보니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였습니다.
농장주는 숙소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월급에서 30만 원씩 차감하기까지 했습니다.
[바 소피읍/외국인 노동자 : "겨울에 너무 추웠어요. 비닐하우스에서 지낼 때는 안전하다는 느낌이 느껴지지 않아요."]
정부는 비닐하우스 등 임시시설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외국인 고용 허가를 안 내 주고 있지만, 지자체가 허락한 경우엔 예외를 뒀습니다.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70% 정도가 비닐하우스 등 가건물 숙소에 살고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예외 규정이 열악한 주거 시설을 방치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김이찬/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 "(외국인 노동자를)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그냥 노동력으로만 생각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는) 집이 아닌 곳에서 살아도 돼. 그리고 노동력만 공급하라고 얘기하는 태도인 거죠."]
올해 입국하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는 역대 가장 많은 11만 명, 4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 실태는 파악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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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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