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못하면 내가 욕 먹어"…46억 보상선수 터진 날, 왜 韓 최고 포수가 더 기뻐했을까

김민경 기자 2023. 7. 1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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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박준영 ⓒ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1군에 올라온 첫날에 (양)의지 선배가 '네가 못하면 내가 욕먹는다'고 하시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준영(26)이 보상선수 성공 신화를 쓸 발판을 마련한 날.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36)는 어쩌면 박준영 본인보다 더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박준영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랐던 선배이자 동료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박준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한 포수 박세혁(33)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처음 입었다. 두산은 NC로부터 보호선수 명단을 받았을 때 일찍이 박준영을 낙점해 두고 있었다. 보상선수 회의에 참석했던 두산 관계자 모두 '왜 풀렸지'라는 의문을 품었을 정도로 가장 잠재력이 빼어난 선수였다. 두산에 부족한 장타력 있는 우타자이기도 해 큰 고민은 없었다.

그래도 박준영이 어떤 선수인지 확인 작업은 거쳤다. 보상선수를 선택할 때 그 팀에서 함께 생활했던 선수 또는 관계자에게 의견을 구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두산은 당연히 양의지에게도 박준영이 어떤 선수인지 물었다. 양의지는 올 시즌 친정 두산과 4+2년 152억원에 역대 FA 최고 대우로 계약하기 전까지 NC에서 박준영과 함께 뛰었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두산 측에 좋은 선수라는 의견을 냈고, 구단은 여러 의견 가운데 양의지의 의견까지 참고해 박준영을 선택했다. 그러니 양의지가 박준영의 활약에 어느 정도는 본인 책임이 있다고 느낄 만했다.

박준영은 지난해 10월 어깨 탈구로 수술대에 올라 긴 재활이 필요한 선수였다. 몸 상태도 경기 감각도 물음표가 가득한 상태였는데, 두산 2군 훈련지인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성실하게 땀 흘리며 1군에 다시 설 날을 준비했다. 이정훈 2군 감독과 이도형, 이영수 타격코치 등의 지도 아래 타격을 수정했고 6월 말부터는 꾸준히 멀티히트를 치는 경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7월 타율 0.400(15타수 6안타), 3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지난 7일 그토록 기다렸던 1군의 부름을 받았다.

▲ 두산 베어스 양의지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박준영 ⓒ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곧장 안도할 정도로 박준영은 좋은 타격감을 1군까지 이어 갔다. 7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교체 출전하자마자 이적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니 9일 잠실 키움전에서는 3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8연승을 이끈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히트 포더 사이클 대기록까지는 2루타 하나가 부족한 활약이었다.

양의지는 1군 박준영의 활약상을 지켜본 뒤 "NC에 있을 때도 능력이 좋은 친구고, 잘될 친구였는데 부상 때문에 시즌을 빨리 접고 두산에 왔다. 같이 두산에 왔는데 (박)준영이가 잘 쳐서 그래서 더 기뻤던 것 같다. NC에 있을 때도 준영이가 많이 물어보고 열심히 했던 친구라 더 기분 좋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준영은 "(양)의지 선배는 NC에서부터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이였다. 내가 안 될 때나 모르는 게 있을 때 많이 물어봤고, 의지 선배도 이것저것 많이 챙겨 주셨다. 1군에 첫날 올라왔을 때도 '네가 못하면 내가 욕먹는다'고 그러시더라. 내가 이적 첫 안타를 쳤을 때도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재활을 거쳐 1군에서 곧장 잠재력을 터트리기까지 2군 코치진의 공을 빼놓을 수는 없다. 박준영은 "처음에 기술 훈련 들어가고, 경기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계속 안 됐다. 2군 감독님, 코치님들과 같이 타격을 많이 뜯어고쳤다. 이정훈 감독님이 욕도 많이 하시고 호통도 많이 치셨다(웃음). 감독님 마음에 많이 안 들었으니까. 그 안에서 아껴주신다는 느낌을 받을 만한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나도 고치려는 의지가 강했다. 처음에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타격과 감독님이 원하는 모습이 정반대였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니까 조금씩 좋아졌다. 큰 틀은 유지하되 세세한 것들을 바꿀 수 있도록 많이 알려주셔서 나도 받아들이기가 수월했다. 감독님께서 알려주신 것 중에 나와 맞는 게 있었으니까. 더 금방 좋아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타구 질도 좋아지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 긍정적인 생각도 들도 자신감도 붙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두산 베어스 박준영 ⓒ 두산 베어스

현재 부상 부위는 잘 회복됐다. 박준영은 "오늘(9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약간 느낌이 오더라. 비 올 때 빼고는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2군에서부터 3루수와 유격수를 번갈아 봤고, 1군에 와서도 둘 다 준비하고 있다. 수비할 때는 어깨가 불편한 것보다는 불안한 건 아직 있다. 다이빙할 때는 조금 불안하긴 한데, 막상 하면 또 괜찮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지금은 두산 야구와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 박준영은 "NC는 젊은 팀이었다. 내가 원래 낯을 안 가리는데, 두산은 선배들이 많아 나도 모르게 낯을 가리게 되더라. 지내보니 분위기도 좋고, 형들이 말도 걸어주고 반갑게 대해주셔서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한 달은 있어야 완전히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MBTI가 E(외향적)다. I(내향적)는 아니다. E긴 하지만 이제 이틀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준영은 올해를 내년에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그는 "올해는 부담 없이 하고 싶다. 1군에 있든, 2군에 있든 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거니까. 안 아픈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지금까지 부족했던 것들을 채우는 해로 보내려 한다.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않고, 내년을 보면서 올해를 보내면 좋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 두산 베어스 박준영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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