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미 전략정찰기 경제수역 침범…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 경고

남한 합참의 미국 전략자산 변호에 대해 "미 국방성 대변이라도 되는듯 나서고 있어"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북한이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EZZ)를 침범했다가 북한 공군의 대응출격으로 퇴각했다며, 또 다시 EZZ를 침범할 경우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지난 10일 미공군 전략정찰기는 5시 15분부터 13시 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 해상 상공에서 조선 동해 우리 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에 걸쳐 무단침범하면서 공중 정탐 행위를 감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반복되는 무단침범시에는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의 정찰 비행에 대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 합동참모본부(합참)의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 군부는 또다시 미군의 도발적 행동과 관련하여 중뿔나게 앞장에 나서 '한미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이라는 뻔뻔스러운 주장을 펴며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 사실을 부인해 나섰다"며 "대한민국의 군부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쏘아 붙였다.

앞서 10일 저녁 김 부부장은 유사한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이 담화에서도 "오늘 새벽 5시경부터도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또 다시 울진 동쪽 270여 ㎞～통천 동쪽 430 ㎞ 해상상공에서 우리측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경제수역상공을 침범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동부지역에 대한 공중정찰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 공군의 대응출격에 의해 퇴각하였던 미 공군 정찰기는 8시 50분경 강원도 고성 동쪽 400㎞ 해상상공에서 우리측 해상군사분계선 상공을 또다시 침범하면서 공중정찰을 하는 엄중한 군사적도발을 걸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군대는 이미 미군측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상태에 있다"며 "미국 간첩비행기들이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침범하군 하는 우리 경제수역 상공 그 문제의 20～40㎞ 구간에서는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미군이 우리 측 경제수역을 침범하지 않고 그 바깥에서 정탐행위를 하는데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또다시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측 경제수역을 침범할시에는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위임에 따라 반복하여 경고한다"고 밝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임'해 메시지를 밝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북한은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전략자산이 영공을 침범해 공중 정탐 행위를 했다면서 "영공까지 무단 침범하며 광란적으로 벌리고 있는 미국의 도발적인 공중 정탐 행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방성 대변인은 미군 정찰기 RC-135, U-2S와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B)가 동·서해상을 비행하며 공중 정탐행위를 했다면서 "특히 조선 동해에서는 몇차례나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을 수십 ㎞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입장문을 통해 "미 공중감시정찰자산의 한반도 주변 비행은 통상적인 정찰활동"이라며 "영공을 침범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허위사실 주장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군 전략자산 움직임에 대해 한국의 합참이 입장 자료를 내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는데, 이에 대해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항상 긴밀한 공조하에 정찰 활동을 하고 있고, 미측 자산뿐만 아니라 한국측 자산도 같이 운용하면서 (북한 동향을) 같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합참의 이같은 입장 발표에 대해 "참으로 가관은 남조선(남한) 괴뢰군부패당들이 발빠르게 미군의 엄중한 주권침해사실을 부인해나선 것"이라며 "이제는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가 미 국방성이나 미 인디아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 자처해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쩍하면 삐치고 돌아가고 삐치지 않으면 근질거려하는 그 몹쓸 버릇은 정치를 한다는것들이나 군부깡패들이나 하나같이 가지고있는 '대한민국' 족속들의 체질적 특질인듯하다"라며 "천하의 엄연한 사실을 어떻게 백주에 눈섭 하나 까딱없이 부인할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동신문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에 대해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미국도 작전할 수 있는 국제수역과 공역에서 안전하고 책임 있게 작전한다는 입장 표명이 있었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 실장은 "배타적 경제 수역은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며 "그러한 곳을 비행했다고 해서 빌미로 삼아 무엇인가를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내부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고 또 도발 명분을 축적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이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남북 간 두 국가로 나아간다는 전략을 명확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성명이나 담화 등 입장 발표에서 대한민국 지칭한 경우는 없다"며 "북한의 의도나 반응은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