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내면 종목 추천” 이화그룹 소액주주 또 울린 ‘리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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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식 유튜버들이 거래정지 종목에 투자금이 물려 있는 개인투자자를 ‘리딩방’으로 유인하고 있다. “이 종목에 들어가면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간 소액주주들이 추가 피해를 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월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정지된 이화그룹 상장사(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의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일부 주식 유튜버들이 개별 종목을 추천해주겠다고 하며 고액의 참가비를 내는 리딩방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단계적이다. 유튜브에 이화그룹 주주들을 겨냥한 영상을 올리며, 자신이 소액주주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힘을 모아달라고 말한다. 휴대전화 번호를 영상에 노출하면서 이화그룹 주주라는 문자를 보내줄 것을 당부한다. 보유 주식 규모와 어느 정도의 금액이 물려 있는지 등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영상을 본 소액주주가 문자를 보내면 개별 종목을 ‘찍어주는’ 리딩방으로 안내되는 식이다.
이러한 영업은 불법일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법상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이 돼 있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개인에게 일대일로 투자 자문을 해주는 것은 불법이고,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영업하는 리딩방 가운데서는 등록이 돼 있지 않은 미등록 업체도 많다.
지난달 말 올라온 한 유튜브 영상에서 진행자는 “거래재개를 위해 주주행동을 쉼 없이 해오고 있다. ‘이씨 형제’(이화그룹 상장사를 칭함)에게 당한 주주분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운을 뗀다. 이후 “주주분들을 위해 작은 위안을 준비했다. 이씨 형제에 당하고 거래소에 피해를 본 분들에게 드리기 위해 새로운 대장 종목을 뽑아놨다. 탄탄하게 우상향 그래프를 유지하면서 돈이 지속적으로 몰려 들어오고 있다. 이화그룹 주주분들에게 드리기 위해 제가 준비한 거다. 문자를 보내주신 분들께 (해당 종목을) 전달 드리겠다”며 개별 연락을 유도했다.
실제 이러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문자를 보냈다는 한 이아이디 소액주주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거래가 두 번이나 정지돼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영상을 보고 연락을 했다. 문자로 ‘이아이디’라고 보냈더니 연락이 왔는데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안내됐다”며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는) ‘여름 패키지’라면서 300여만원을 내면 종목을 찍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소액주주는 “우리를 대신해서 열심히 의견을 내주겠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에 연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유튜버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모임인 이화그룹 주주연대가 주최한 집회를 자신이 주도한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영상에서 “수익을 내면서 (소액주주 운동을) 해야 한다. (종목 추천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지 마시길 바란다”며 “시위에 얼마든지 협찬이 가능하지만 다른 분들이 하시기 때문에 저는 종목으로 협찬하겠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돈 벌 수 있도록 추천주를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작 이화그룹 주주연대 쪽은 이들 유튜버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화그룹 주주연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8월 초에 예정된 주주총회 표 대결을 위해 소액주주들을 모으고 있는데, 이들이 집회 현장에서 나눠준 피켓이나 머리띠를 챙겨가 자신이 집회의 주체라고 거짓 방송을 한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이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법 리딩방으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는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주식 리딩 관련 피해 민원은 2018년 905건에서 지난해 3배 이상인 3070건으로 급증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자신들이 보유한 종목을 리딩방에서 추천해 주가를 띄우고 차익 등을 챙긴 이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바 있다. 리딩방 회원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비상장주식 투자를 유도한 일당이 지난달 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단체 대화방 등 온라인 양방향 채널을 활용해 유료 회원제로 영업하는 주식 리딩방을 투자자문업으로 규정하는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다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받는 투자자문업자를 제외하고는 주식 리딩방 등 양방향 채널 개설을 금지하겠다는 취지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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