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도 '괴담' 강력 대응?…넉 달 전 위기 땐 뭐하고
이미 3월에 위기설
남들 안 할 때 뒤늦게 적극 뛰어든 게 바로 새마을금고였다. 다른 시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이 결과 다른 금융권 연체율이 올라갈 때 은행권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오히려 0.01%포인트 줄어들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올해 1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가 건설업과 부동산업에 내준 기업 대출 잔액은 56조 4,000억 원. 2019년 말 27조 2,000억 원 수준이었는데 3년 새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남들이 꺼리는 부동산 PF에 집중한 결과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회가 아니었다. 올해 들어 시장에선 새마을금고를 불안하게 보기 시작했다. '괴담'이 아닌 '연체율'이라는 객관적인 자료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3.59%. 이것도 이미 높은 수준인데 올해 6월 말 기준 6.18%로 치솟았다.
새마을금고가 시중은행과 영업 방식이 달라서 그랬을까? 아니다. 영업 방식이 유사한 신협과 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1분기 연체율은 2.42%였는데 이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 돈 못 받는 건 아닌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 3월,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금고 돈은 눈에 띄게 빠져나갔다.
새마을금고 수신 잔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해서 오르다가 올해 2월 265조 2,7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4월 258조 2,811억 원으로 두 달 사이 7조 원이나 빠져나갔다. 이미 시중에는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파다했다. 이때까지도 새마을금고중앙회나 정부 차원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최근에서야 정부는 "믿어달라" "안심하라"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 새마을금고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6일,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했다. 예·적금은 100% 보호받을 수 있으며 필요시엔 정부 차입 등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보유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재산상 손실이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안심 시키기는 거의 매일 계속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휴일인 지난 9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행정안전부 차관, 금융감독원장 등과 함께 확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까지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새마을금고 부실 지점들이 인수합병되더라도 기존 고객의 예·적금을 100% 전액 보장하기로 했다. 안심하고 돈 빼지 말라는 얘기다.
말뿐만이 아니다. 고위 인사들이 몸소 실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새마을금고 계좌에 6천만 원을 넣었고 한창섭 행안부 차관도 정기예금통장을 개설했다. 지난 6일 이후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즉 예금 인출은 조금 잦아드는 분위기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일단 믿어보자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호소와 함께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강력 대응까지 꺼내 들었다. 예금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자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예금자들의 불안을 조장하고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허위 소문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위 소문, 즉 '괴담' 유포 시 신용훼손과 업무방해죄,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법적 책임을 강력히 묻겠다고도 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잘못된 유튜브, 소셜미디어에 현혹되지 말고 정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믿고 안심하고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유튜브보다 정부를 믿어달라"는 이주현 금융위원장과 같은 취지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괴담은 금융시장을 교란시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응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인터넷 공간에서 떠도는 새마을금고 관련 정보가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대구지역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가 대표적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전자공시를 보면 누구나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친절하게도 홈페이지에는 금고 별 상황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건 넉 달 전 위기설이 나왔을 때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이다. 그사이 불안은 쌓이고 쌓였을 뿐이다. 이번에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자 고객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그중 언론을 통해 전해진 한 고객의 얘기가 눈에 띈다. "5,000만원까지 예금 보호가 된다면서 안심하라고 하지만 그 말을 들을수록 불안한 기분이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시장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안심하라는 말이 아닌 객관적인 수치와 통계다. 새마을금고가 여전히 불안한 건 '허위 사실'이 아닌 '사실'이다. 아직은 말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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