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러시아·벨라루스 초청 승인에도 체육계 여전히 '긴가민가'
두 나라 출전하는 12개 종목도 불투명…기록 종목과 유도·태권도·복싱 유력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하계아시안게임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참가를 승인한 것을 두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체육계를 중심으로 OCA의 초청에도 과연 두 나라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느냐는 의문이 크게 일고 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국제 대회 참가 금지와 같은 제재를 받자 OCA는 두 나라 선수에게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기회를 주겠다며 지난 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총회에서 두 나라 선수의 초청을 승인했다.
최대 500명의 두 나라 선수를 아시안게임에 초청하며 중립국 자격으로 12개 개인 종목에만 출전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메달을 따더라도 받지 못하며 아시안게임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OCA는 아울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종목별 국제 스포츠단체(IF), 아시아 국제스포츠단체(AF)와 협의해 세부 출전 종목 등을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1일 국제종합대회 시스템을 잘 아는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두 나라 선수의 참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먼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45개 OCA 회원국 선수단의 최종 엔트리 제출일이 이달 15일인 점에 비춰볼 때 그때까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선수단을 구성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물리적으로 남은 시간은 나흘에 불과하다.
어떤 종목에 출전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선수단 구성은 더욱 어렵다.
OCA는 두 나라 선수의 아시안게임 초청 방침을 올해 1월 일방적으로 회원국들에 통보한 뒤로도 여섯 달이 지나도록 어떠한 세부 계획도 세우지 않아 혼란을 더욱 키웠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옵서버' 자격으로 출전하는 만큼 이들의 엔트리는 15일 이후에라도 낼 수 있게 OCA가 조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숙박과 수송 등 대회 조직위원회가 짊어질 짐이 커진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여러 대회 조직위와 자주 접촉하는데 대회 개막을 두 달 앞두고도 이번처럼 불확실한 적은 없던 것 같다"며 "대회 조직위는 최종 엔트리를 바탕으로 선수촌 숙소 배정, 선수단 수송 계획 등을 확정하나 러시아와 벨라루스 변수 때문에 현재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각 나라 선수단의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서 대회 조직위가 더욱 난감해한다고 체육계 관계자가 전했다.
IOC가 내년 파리 올림픽 단체전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다고 미리 제한함에 따라 두 나라 선수의 아시안게임 참가도 개인 종목에 국한된다.
체육회는 육상, 수영과 같은 기록으로 올림픽 출전권에 도전하는 선수들, 랭킹 포인트에 따라 출전권이 배분되는 종목의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인트가 걸린 종목으로는 유도, 태권도, 복싱이 거론된다.
두 나라 선수가 메달을 가져가지 못하다더라도 아시안게임 토너먼트에서 이들에게 패해 조기 탈락하는 OCA 회원국 선수들을 어떻게 구제할지를 이제 논의해야 하는 점도 회의론을 부추긴다.
체육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OCA가 두 나라 선수의 초청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지만,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준비하지도 않은 채 총회에서 실제로 이를 승인할지는 몰랐다"며 "왜 그런 결정을 OCA가 내린 건지 의아해하는 체육인들이 많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모르지 않는 듯 스타니슬라프 포즈드냐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장은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아직 아시안게임 초청을 못 받은 상황에서 가상의 옵션을 고려하고 논의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아시안게임 개막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우리) 선수들이 필요한 결과를 얻기 위해 충분히 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선수단 구성, 재정·수송 문제 등은 말할 것도 없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cany9900@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핵펀치' 잃은 58세 타이슨, 31세 연하 복서에게 판정패 | 연합뉴스
- 李, '징역형 집유' 선고 이튿날 집회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 연합뉴스
- '오징어게임' 경비병으로 변신한 피겨 선수, 그랑프리 쇼트 2위 | 연합뉴스
- 학창 시절 후배 다치게 한 장난…성인 되어 형사처벌 부메랑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찾아가 흉기로 살해 시도 | 연합뉴스
- 페루서 독거미 320마리 밀반출하려다 20대 한국인 체포돼 | 연합뉴스
- 성폭력 재판 와중에 또 악질 성범죄…변명 일관한 20대 중형 | 연합뉴스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한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연합뉴스